바이든의 2박3일 '한미 경제 정상회담' 방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마다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대거 참여하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했기 때문이다.
2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2박 3일간 방한 일정은 한미정상회담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재계 총수와의 회동으로 채워졌다. 방한 첫날인 20일에는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첫 대면을 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최첨단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며 경제안보 동맹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 연설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 방한 마지막날인 22일 오전에는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단독으로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총수와 경제 단체장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HD 현대 사장과 류진 풍산 회장이 참석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경제 6단체장도 자리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대거 초청된 것은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부회장과 크리스티아노 대표의 만남으로, 한미간 동맹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분야에 있어 삼성전자와 퀄컴간 협력 강화 전망이 나온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재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기업 간에 반도체와 전기차 등 핵심분야에서의 기술과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투자 보따리도 풀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조만간 착공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신규 공장을 통해 미국의 퀄컴 등 팹리스(설계)들의 첨단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에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장비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전기차 공장은 1183만㎡ 부지에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로 지어지며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내년에 착공한다. 게다가 정의선 회장은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통해 미국에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전격 공개했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태양광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동관 사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양국의 경제·기술 동맹을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