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3사, 1분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은
국내 라면업계 ‘빅3’가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가격인상이 영업이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도 이같은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363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21% 증가했다.
해외법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다. 특히 미국, 캐나다 법인 성장세가 뚜렷했다. 미국법인은 1분기 매출액 1175억 원으로 34.9% 늘었으며, 캐나다는 202억 원으로 40.1% 성장했다. 중국법인 매출은 1053억 원으로 16.8% 증가했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내식 증가로 주력 제품의 면과 스낵 판매가 증가했고 해외사업 성장으로 인한 결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2위 오뚜기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6712억원, 영업이익은 21.1%오른 5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증가 대비 판관비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1억원, 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각각 44%, 71% 폭증했다. 수출물량 증대, 환율 상승 등에 힘입어 국내와 해외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132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4분기(1238억)에 이어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갱신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역기저 효과와 물류난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수출 성장세는 중동 등 신시장 판로 개척, 중국 및 미국 현지판매법인 영업 개시 등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라면 3사의 1분기 호실적 배경은 지난해 말 제품 가격 인상 영향이 컸다. 여기에 밀가루 및 팜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올해 3월께 시작돼 올 1분기 실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분기에도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데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와 인도 밀 수출 금지로 국내 식품업계 원가 부담이 더 심각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올 2분기 이후에는 라면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포장재 등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내수 시장 매출이 높은 라면업계의 실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라면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라면 가격을 올린 바 있고,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이 인상될 시 소비자 공감대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분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지만, 지난해 이후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의 급등으로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