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무장한 디지털 화폐, 세계 경제 뉴노멀 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에 대해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약 55조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작년 하반기 일평균 거래 규모는 평균 11조원으로 코스닥 일평균 거래 규모와 비슷할 정도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며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디지털 화폐 CBDC
CBDC는 ‘Central Bank(중앙은행)’와 ‘Digital Currency(디지털 화폐)’의 합성어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실체가 없는 디지털화폐를 의미한다.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는 CBDC 발행에 대한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결과에 따르면 81개국의 중앙은행 중 무려 90%가 CBDC 도입을 고려하고 있고 50% 이상이 CBDC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디지털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CBDC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현금 이용 비중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또한 암호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등 디파이(DeFi : 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 시장이 커지며 점차 경제가 디지털화되고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빅테크 시장으로 개인 정보가 집중되고, 금융 소외 계층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가 투명하게 관리하는 공공 화폐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따라 중앙은행들의 20%가 소매용 CBDC를 개발 중이며, 68%는 가까운 미래에 CBDC가 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BDC가 바꾸는 일상
CBDC가 도입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외면적으로는 S페이, K페이처럼 가상 결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유통 과정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가상 거래를 할 때 금융사가 꼭 필요하지만 CBDC가 도입되면 은행 및 증권사 없이 주민등록번호와 연동된 가상 지갑을 통해 개인 간 거래(P2P, Peer to Peer)가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중앙은행이 발행·관리하는 디지털화폐인 만큼 정부 개입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중앙은행이라는 정부 기관이 디지털화된 개인의 거래 내역을 낱낱이 통솔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고, 해킹으로 인한 피해 역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돈의 이동을 파악할 수 있더라도 그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파악할 수 없게 하는 보호 장치와 보안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CBDC는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를 통해 거래하는 만큼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디지털 인지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와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CBDC VS 암호 화폐
단순히 거래 방식으로만 보면 CBDC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민간 암호 화폐는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큰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 민간 암호 화폐와 달리 CBDC는 중앙은행에 의해 투명하게 거래가 관리, 통제된다. 중앙은행에서 통제하는 만큼 법정 화폐로서 효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추적해 범죄 및 조사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민간 암호 화폐는 익명성을 보장해 거래 추적 관리가 어려워 자금 세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민간 암호 화폐는 변동성이 크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해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 화폐는 수급에 따른 화폐 가치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로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CBDC는 액면가가 고정되어 있고 중앙은행 재량에 따라 발행 규모를 조정할 수 있어 투자 수단보다는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CBDC 개발 현황
CBDC Tracker에 따르면 바하마, 나이지리아 등 일부 신흥국가에서는 이미 CBDC를 발행했고 대부분의 나라는 아직 연구 단계(research)에 머물러 있다. 미국, 영국 등은 기초적 연구 단계이며, 유럽연합 및 일본은 모의실험 단계, 중국은 시범운영 단계이다. 한국은 유럽연합 및 일본과 마찬가지로 모의실험 단계에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모의실험을 시작해 올해에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Non-Fungible Token)이나 디지털 예술품 구매 등 다양한 상품 영역의 결제에 초점을 맞춘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국가 간 송금이나 근거리 무선통신을 활용한 송금 등을 비롯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계획 중이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다수 중앙은행은 직접 CBDC를 발행 및 운영하는 ‘직접형 방식’보다는 현재 금융 체계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혼합형, 중계형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즉 중앙은행은 CBDC를 발행만 하고, 실제 통화를 공급하는 것은 금융기관으로 현재 통화 공급 구조를 유지하려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완료한 1단계 모의실험 역시 혼합형 방식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에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은행들 역시 국내 디지털 화폐 상용화에 미리 발맞춰 기술적, 체계적 차원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W은행, S은행, 그리고 H은행 등은 최근 자체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마련해 기술적 기반을 갖췄으며, N은행의 경우에는 CBDC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디지털 화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며 경제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경제 질서인 뉴노멀(New Normal)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CBDC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필수 핵심기술의 개발과 사회적인 논의가 함께 이루어졌을 때 안정적으로 CBDC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하나은행
정리=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