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역설’… 삼성 파운드리, 수율 리스크가 발목잡나
반도체 초미세 공정 경쟁에 뛰어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수율(완제품 중 양품의 비율) 개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 초미세 공정을 도입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수율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 의 격차 좁히기에 나선 삼성전자도 최근 수율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이 수율 하락으로 인한 생산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4%로 전년보다 3%p 가량 줄었다. 점유율 순위도 3위에서 5위로 두 단계 하락했다.
AP는 모바일에서 통신과 연산 등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주요 부품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중화권 기업들의 공세와 함께, 수율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첨단 공정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수율이 현재 약 30%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저전력과 고성능을 함께 충족할 수 있는 초미세 칩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초미세 공정기술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그러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과정이 너무 복잡해지면서 수율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대만 TSMC도 수율 문제로 당초 올해 하반기 양산하려 한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내년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4나노 파운드리의 저조한 수율로, 갤럭시S22에 자사의 엑시노스2200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한 바 있다.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은 현재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서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퀄컴도 S22에 탑재되는 AP의 생산 물량 일부를 TSMC에 돌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3나노 파운드리 역시 경쟁사인 TSMC가 향후 퀄컴 등의 고객사에서 생산을 위탁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초미세 첨단 공정에서 초기 수율 하락은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연간 실적발표에서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도 “복잡한 공정 등으로 초기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수율 개선을 위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등의 기술적인 승부수와 함께 경영 쇄신 차원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도 착수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경영진단에서 감사팀은 낮은 수율 문제가 납기 지연으로 이어진 점 등을 주로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갤럭시S22의 사례처럼 수율 하락이 자사 사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에서 초미세공정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기술 구현이 아닌, 결국 해당 미세공정을 통한 제품을 고객사들이 실제 선택해 지속적인 시장 안착이 가능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면서 “GAA 등 신공정을 통한 기술 혁신과 함께 삼성이 파운드리에 대한 첫 경영진단에 나선 것은 향후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에서 수율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언급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