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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떼] 지방선거 참패에 ‘이재명 책임론’ 대두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6. 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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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


제8회 6·1 전국동시지방선거 17개 시·도 광역단체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곳 당선에 그치면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지도부가 총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당분간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반성’보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책임론을 두고 계파 갈등에 빠진 모양새다.

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3일 당내 중진 의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선거 패배 및 비상대책위원 총사퇴 이후 당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당내 일부에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어렵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8월 전대를 여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오늘 간담회에서는 어려운 당 상황 속에 당내 통합과 단결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오갔다”며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철저한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진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통합·단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달리, 현재 민주당 친문(문재인)계 의원들은 대선 두 달 만에 나란히 등판한 이 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당내에선 이 위원장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만큼, 친문계 의원 사이에선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방선거 참패 원인에 대해 “이재명·송영길 두 분이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결정적”이라고 직격했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평가했다. 이는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 위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은 ‘특정인을 겨냥해 책임을 지워선 안 된다’며 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지우는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이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 자산인 이재명, 김동연이 살아온 것에 감사한다”고 옹호했다.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의원도 3일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있었지만, 송영길 후보 대신할 인물 당 내외에 있었나. 이재명을 불러낸 게 누구인가 당원들이 요청했고, 당이 결정한 것“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묻자“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 “민주당은 현재 이 위원장을 데리고 이 침체와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계양을에 출마한 것을 두고 “성급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통 선거에서 지고 나면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많은 기회를 잡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그런데 이 위원장의 경우 (패배한) 대선 후보였다 보니, 정작 본인 선거는 이겼다 한들 진보 진영이 패배한 상황에선 그의 출마는 성급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은 흠이 굉장히 많은 사람으로 장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국민들 머릿속엔 그 단점이 아주 뿌리 깊게 각인이 됐다”며 “민주당은 이 부분을 어떻게 들고 갈지 고민이 깊겠지만, 이 위원장을 구심점으로 불씨를 지켜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도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이것을 대선 연장선으로 끌고 간 게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선 패배한 사람이 반성을 안 하고 계속 나와서 전국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고, 이와 함께 무조건 당선될 수 있는 지역으로 갔다”며 “결국 검찰 수사에 대한 방탄조끼를 입는다는 식으로 비치다 보니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선 “책임론은 당연한 것”이라며 “타 정당의 일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당도 중요한 선거 4연패를 한 경험을 비춰보면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에 맞춰 변화와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도 세 가지 측면에서 지방선거에 패배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반성·혁신의 노력 부재 △당 운영 원칙 훼손 △불공정 공천 등이다.

우선 주요한 측면이라고 꼽은 반성·혁신 노력 부재에 대해 “선거 패배에 대해 유능하고 객관적인 평가팀을 만들어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당이 사는 길”이라며 “그런데 지방선거 준비를 이유로 이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요인으로 꼽은 당 운영 원칙 훼손에 대해선 “민주당은 3~4년 전부터 당 운영 원칙이 지극히 훼손됐다”며 “정체성, 공정성, 민주성이 당 운영의 기본 원칙이자 생명인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검찰 개혁 같은 경우 민주당의 아주 높은 수준의 강령이고 정책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지층이 보기에는 당의 정체성이 오락가락하고 후퇴하는데 제대로 지지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공정 공천에 대해선 “자기 측근이나 관련자들을 지방선거에 심기 위해 공천 학살이 자행됐다”며 “총선과 달리 자기 동네에서 조직을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던 사람들을 내치니, 누가 당에 충성하고 헌신하겠나. 이것이 누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선 “이 위원장이 아닌 어떤 총괄선대위원장이 나와도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을 안고선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선에 패배한 이 위원장이 두 달 만에 계양을에 출마한 것이 전체적으로 옳은 일이냐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더 잘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누가 뭐래도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이라며 “대통령 취임 한 달 내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정권을 뺏긴 민주당이 회복하기 어려운 시간 내에 두 번째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야당 지도부의 분열 그리고 특히 서울시장과 계양을의 경우 명분 없는 출마가 큰 틀에서 패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선 “선거에 실패하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 위원장보단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훨씬 책임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위원장이 차라리 출마하지 않고 선거를 지원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본인이 출마함으로써 출마 지역에 급급해 있는 모습 등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 shadedo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