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0곳 중 7곳 “소액주주는 별 관심 없는데… 3%룰로 어려움 가중”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로 인해 감사위원인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최대한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행사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건이 부결될 우려가 있다.”
이사회 내에 설치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소수주주의 권익 제고를 이유로 지난 2020년 도입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으로 인해 상장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는 감사위원이 되는 1인 이상의 이사를 분리 선임하고, 감사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주총 애로요인과 주주활동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68.2%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으로 이미 어려움을 경험(34.0%)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중(34.2%)’이라고 했다. ‘전혀 없다’는 응답은 31.8%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상장사 336곳을 대상으로 지난 2월28일부터 3월3일까지 어플리케이션(앱) 설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에 참여한 상장사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의 문제점(복수응답)으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이사 선출이 부결될 가능성(68.2%)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또 ▲투기펀드 등이 회사에 비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55.7%) ▲중장기 투자보다 단기차익·배당확대에 관심 높은 소액주주들의 경영관여 가능성(42.9%)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의결권 제한은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로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보고서 사전제공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단계적 의무화, 소액주주의 정보요구 증가 등 정보 개방성 확대로 인해 기업 실무자가 주총 준비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행정 부담도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총 준비 관련 업무부담이 과거에 비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88.4%가 “과거에 비해 어려움이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큰 변화 없다”는 응답은 11.6%뿐이었다.
주총 준비에 어려움이 커진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주주총회 전 사업보고서 제공의무(59.2%) ▲코로나19 확산세 지속(49.7%) 등을 꼽았다.
사업보고서 사전 제공의무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확정해 정기 주총 개최 1주 전까지 주주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보고서를 조기에 확정해야 해 준비시간과 과정이 촉박해지는 등 부담이 커졌을 뿐더러, 추후 정정공시 가능성도 높아져 업무가 과중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비대면(온라인) 주총에 대한 제도 미비(51.6%) ▲코로나19로 인한 결산·외부감사 일정지연(44.6%) ▲거리두기·방역조치로 인한 장소 확보의 어려움(37.8%) 등을 주총 준비를 어렵게 하는 이유로 꼽혔다.
현행 상법은 주총을 본점의 소재지 또는 인접지에서 대면으로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전면적인 비대면·온라인 개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전자투표제도를 병행운영하는 방법으로 오프라인·온라인 병행 개최는 가능하지만, 전자투표는 주총 전날까지만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주총 당일에는 온라인으로 투표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현재 주총 개최 장소를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에 의해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상장사들은 이 외에도 최근 국민연금이 대표소송 결정권한 이관(기금운용본부→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 주주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에 영향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최근에는 과거처럼 거수기 주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소통의 장으로 주총을 활용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 규정 등 상장사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는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