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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 "'나는 마술 믿나' 되물으며 4개월간 마술 배웠죠"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6.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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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과 화상인터뷰에 나선 지창욱. 인터뷰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몸은 어른이지만 마냥 아이같은 마술사 리을. 미스터리한 그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을 만나 ‘Dreams Come True’(꿈은 이뤄진다)의 과정을 함께 한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이태원 클라쓰’ 김성윤 감독과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가 만나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안나라수마나라’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월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조용한 입소문 대열에 합류했다.

 

배우 지창욱은 자신의 첫 OTT작품으로 뮤지컬 드라마를 선택할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한국에서는 흥행하기 어려운 장르였지만 한류스타이기 전에 이 장르에 진심이었던 자신의 초심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 
 
제작진 역시 그가 출연을 결정했을 때 많이 놀랐을 정도로 ‘안나라수마나라’는 배우 자신에게도 ‘준비된 내공’이 드러나야 했다. 극의 비중은 많지 않지만 마술, 안무, 음악까지 다 소화해야 하는 힘든 캐릭터였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이다가도 정작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감싸주는 역할이다. 연출을 맡은 김성윤 감독은 “지창욱은 도전 자체를 즐기는 배우”라면서 “많이 배우고 에너지를 받으며 촬영했다”고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안나라수마나라’는 웹툰 ‘이태원 클라쓰’를 드라마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김성윤 감독 연출작으로 극본은 ‘구르미 그린 달빛’과 ‘후아유-학교 2015’ 등을 선보인 김민정 작가가 맡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많은 분들이 봐주신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죠. 모든 팀원이 열심히 촬영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니까요. 이 역할을 위해 스스로 질문해 보기도 했어요. ‘내가 정말 마술을 믿었나’라고. 어렸을 때 꿈꿔왔던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들어간 작품입니다.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촬영 현장에 오려고 노력했고요.“
 
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걸렸다. 마술과 노래도 중요했지만 오롯이 캐릭터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술사 이은결과 4개월 넘게 연습했고 일부러 원작은 다 보지 않았다. 반 정도만 읽고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호평받았던 명작이지만 화면으로의 구현은 오롯이 스스로에게 달려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작을 끝까지 보지 않은 이유는 원작을 그대로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다만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리을이란 캐릭터를 재창조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동화적이고 따듯한 작품이 한번에 가슴에 확 와 닿았던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가난 혹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정도로요. 연기를 하기 전부터 항상 고민했던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을 정도죠.”

 

'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사진제공=넷플릭스)

어린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읜 지창욱은 “상실감이 컸고 현실이 쉽지 않다는 걸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으로 그 결핍을 채울 수 있었고 그렇기에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특히 심했다. 안정되고 평범한 삶을 바라는 시선에 익숙했던 지창욱이 고 3때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대전환점을 맞은 경험은 ‘안나라수마나라’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극 중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꿈없이 자라는 나일등(황인엽)을 바라보는 지창욱의 눈빛은 이 작품이 가진 진정성을 더욱 배가시킨다. 리을은  마술로 아이들의 고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동시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언가를 나타나게 하고 사라지게 하는 건 마술이지만 그걸로 누군가 행복해하고 웃는다면 마법”이라면서.
 
“고3 때 막연하게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진로를 바꿨는데 그런 기억이 극중 일등이를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단지 적성검사에 나오는 그런 알 수 없는 기준에 맞춰 특정 학과에 진학하는 모습이 맞을지 의심했던 때가 떠올랐거든요. 그런 점에서 일등이에게 공감이 많이 갔어요. 작품을 끝내고 나서 좋은 어른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을 정도로요. 곁에 있어주고 진심으로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 아닐까 싶네요.”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의 한 장면.(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5월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는 공개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몰디브,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넷플릭스 TV시리즈 비영어 부문 글로벌 4위, 키노라이츠가 공개한 OTT 서비스와 극장 상영 영화를 포함한 통합 콘텐츠 순위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배우로서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어요. 저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자존감이 낮은 스타일이라 제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노력하거든요. 다양한 장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퀴어 멜로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평소에 로맨스를 즐겨보거든요. 좋아하는 배우는 정말 많지만 굳이 한명을 꼽는다면 조승우 선배를 정말 존경해서 언젠가 한번쯤 작품을 같이 할 기회가 있으면 참 기쁘겠다고 생각해왔어요. 갑자기 고백타임이 된 것 같아 부끄럽지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