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 올려주느니 차라리 내 집" 다시 고개드는 2030 '영끌족'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도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커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자 “비싼 집세 내느니 차라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통계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1624건으로, 이 가운데 2030세대의 매입은 687건(42.3%)으로 집계됐다.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와 비중 모두 올해 들어 최다·최고 기록이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10월까지 월 40%를 웃돌았지만 대출규제와 금리가 인상되면서 지난 2월 36.0%를 찍는 등 매달 하락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대선을 치룬 3월 다시 40%대로 회복되더니 다음달 오름 폭이 확대됐다.
강화된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시기 임에도 2030세대가 다시 매입에 나선 것은 급등한 전월세 가격과 더불어 전세물량이 감소한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파라지며 월세거래량이 처음으로 전세를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2030세대의 실거주 목적 매매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른 전세대출 이자나 월세를 감당할 바엔 차라리 내 집을 마련해서 은행 대출 이자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25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KB부동산 기준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도 6억7570만원으로, 임대차3법이 처음 시행됐던 2020년 7월(4억9922만원) 보다 1억7648만원(35.4%)이나 뛰었다.
정부가 올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확대하고, 청년층에 미래 소득을 반영해 대출을 더 확대할 예정이여서 2030 매수 수요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워낙 높아 대출규제를 완화해도 2030 세대의 공격적인 매입 수요가 계속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