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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vs 배민… ‘실거리 요금제’ 논란 '시끌'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6. 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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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실거리요금제’가 지난 4월 도입된 가운데 라이더와 사측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민 측의 거리 계산 알고리즘이 정확하지 않아 배달료가 낮게 책정되고 있다는 게 배달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사기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의 예상 이동거리가 유턴이나 일방통행, 좌회전 가능 여부 등 실제 교통정보와 달라 배달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이 정확한 거리 측정 보다는 효율적인 콜 배차를 위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측정하면 라이더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교통법규를 지키며 오토바이로 장거리 배달을 해야 할 경우 1000원~2000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앞서 배민은 2021년 노사 합의에 따라 기존 직선거리 요금제를 내비게이션 실거리 방식으로 바꾸면서 지난 4월 21일부터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 당시 배달 기사들은 새 시스템이 적용되면 이전에 반영하지 못했던 실제 운행 거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일반 내비게이션과 오차가 커 오히려 라이더들이 프로그램 도입 이후 배달비를 손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건 중 7건 이상은 상용 내비게이션 거리보다 배민 앱 예상 거리가 적게 책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달 22일 오후 5시 50분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16에서 용산구 청파로73나길 8-8까지 배달을 했을 때 배달료는 6860원으로 책정됐다. 라이더는 내비게이션상 거리인 3.4㎞를 운행했으나 배민 앱상 나타난 예상 이동거리는 약 2.1㎞였다. 거리 오차에 따른 배달료로 1090원을 덜 받았다는 게 라이더유니온 측 주장이다.

이처럼 내비게이션 거리값이 배민 앱보다 200m 이상 긴 건은 전체 100건 중 68건에 달했다. 특히 11건은 800m~1.9㎞의 오차가 생겼다. 반면 배민 앱 거리값이 내비게이션보다 길게 측정된 건은 4건에 불과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민 앱은 유턴, 일방통행, 좌회전 가능 여부와 같은 교통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오차가 없는 경우는 경로가 대체로 직선이거나 유턴이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배달료뿐 아니라 라이더의 전반적인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라이더유니온은 알고리즘을 취업 규칙처럼 고용노동부가와 노조가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니온은 △고용노동부에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를 구성할 것 △국회는 배달에도 화물차 안전운임제격인 안전배달료(건당 최저임금)을 도입할 것 △라이더보호법을 제정해 알고리즘 협상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내비게이션 종류나 경로 설정 조건에 따라 저희가 제시하는 예상 이동 거리보다 짧게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로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길게 측정되는 경우도 있고, 교통정보까지 반영되다 보니 그때그때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로 설정이 실제 도로 정보와 차이가 나는 구간들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등 해당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