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움직임에 재계 '반색'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백지화와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그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해 온 재계가 반색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 환경부는 작년 12월 ‘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원전을 제외한 바 있다.
23일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8월까지 원전이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도록 K-택소노미도 손보기로 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며 "이전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다 보니 원전이 밀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원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믹스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도 ‘원전 부흥’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설비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한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약속했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총 사업비 8조2600억원을 들여 1400㎿(메가와트)급 한국 신형 원전(APR1400) 2기를 짓는 사업으로, 7000억원 가량이 투입된 상태에서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17년 공사가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법적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에만 925억원,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고 대규모 원전 일감이 창출되는 신한울 3·4호기는 전력수급 기본계획 반영 등 절차를 거쳐 조속히 발주하기로 했다. 원전 연구·개발(R&D)에도 올해 6700억원, 2023~2025년 3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소 원전업체에는 정책자금 500억원을 공급하고 특례보증 500억원을 신설하는 등 총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이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전경련은 지난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녹색분류체계 규정(Taxonomy Regulation) 최종안을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도 원전을 녹색기술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해 왔다. 전경련은 "EU 최종안은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도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EU도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게다가 국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원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2020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6.5%에 불과하다. 전경련은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해 신한울 3, 4호기 즉각 건설 재개 등 산업계의 조속한 일감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