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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서 ‘덜 짜게·덜 달게’ 주문 가능… 자영업자들 뿔났다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6. 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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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정부가 배달앱 주문시 소비자가 나트륨과 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음식 소비가 늘면서 국민 건강이 악화되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놓았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5대 추진과제와 5대 중점과제를 발표하면서 배달앱에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나트륨과 당 섭취량을 낮춰 지난 2020년 33.6%였던 국내 나트륨 적정수준 섭취 인구 비율을 오는 2026년까지 38.6%로, 같은 기간 적정 수준의 당을 섭취하는 인구 비율을 72.3%에서 80%로 높이기로 했다.

우선 배달앱에 나트륨과 당류를 조절하는 기능을 만들 계획이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덜 짜게·덜 달게’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계획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음식점 운영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 “매장에서 싱겁게 보내도 손님이 짜다고 하면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 달게 뻔한데 우린 어떡하냐”, “대체 정부는 왜 쓸데없는 기능을 왜 만드려고 하는지, 이 정도면 자영업자들 배달 플랫폼 입점을 빼라는 소리와 같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손님 요청에 맞춰 요리를 해도 맛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소비자들의 ‘리뷰 테러’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한 자영업자는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었으면 아예 배달 음식을 시키지 않을 것, 맵기 조절은 들어봤어도 일일이 간을 다 어떻게 맞추냐”고 꼬집었다.

배달앱 업계 역시 정부와 자영업자 사이에서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배달앱 상에 ‘덜 짜게·덜 달게’ 주문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점주들이 소비자 요구를 현실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국민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지원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점주들이 나트륨과 당 함량을 정량화 할 수 있는 기준이 없으면 장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악성리뷰와 별점 테러가 급증하면 업주들의 불만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배달앱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이 강제 조항은 아니라면서도 배달앱을 사용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넓히는 취지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배달앱과 자영업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의견을 충분히 듣고 2024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방안을 더욱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