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배현진, 연이은 충돌에 흔들리는 당대표 위상…여야, 한목소리로 질타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당내 견제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결국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성 상납 의혹’ 심의가 당대표의 권위를 떨어뜨렸고, 친윤(윤석열)계 인사들의 견제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연이은 충돌이 벌어지자, 여야에선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이 충돌한 데 대해 “옆에 있는 우리가 더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지금 다 그것 때문에 걱정하고 있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당장 당내에선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 간 충돌이 연이어 발생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공개석상에서 처음 벌인 충돌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생했다.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사실상 배 최고위원을 지목했고, 이에 반발한 배 최고위원은 “본인이 나가서 언론과 얘기한 걸 누구 핑계를 대느냐”고 쏘아붙였다. 문제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제지에도 이들은 대치를 이어갔고, 이러한 모습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3일 뒤인 지난 23일 이들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먼저 악수를 청한 배 최고위원의 손을 밀어내는가 하면, 배 최고위원은 참석 인사들과 인사 후 자리로 돌아오며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치는 등 여전히 갈등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충돌이 단순 갈등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 최고위원이 친윤(윤석열)계 모임인 ‘민들레’(민심을 들을래) 구성원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범친윤’ 성향이라는 점에서 세력 다툼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정치 현안이나 정책 등이 아닌, 개인 간 문제에 놓고 충돌할 정도로 당대표 권위가 떨어졌고, 이는 윤리위의 심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여야 전직 의원들은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을 싸잡아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정치라는 게 위계질서보다는 개개인의 개성과 철학이 존중되는 풍토이긴 하지만, 조직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서로 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도를 넘어선 그런 행동은 국민에게도 실망을 주는 것이고, 우리 당으로 봐서도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라며 “배 최고위원은 좀 지나친 것 같고, 이 대표도 대표라는 직책을 생각하면 이에 맞는 대응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윤리위의 이 대표에 대한 심의가 당대표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연히 그렇다”며 “대표의 징계 회부는 물론 그 발단이 성비위 의혹이다 보니 당대표 권한 자체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젊은 층이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인 상징성에 아직도 의미를 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당은 그 점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이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야지 어떤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가면 당에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도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 간 충돌에 대해 “아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본인들이 젊고 혈기가 있다 보니까 말을 자제를 못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식으로 충돌하고 정제되지 않은 언사를 서로 주고 것은 절제했어야 했다”며 “공적 지위에 맞는 언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리위의 심의가 당대표 권위를 떨어뜨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는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며 “윤리위가 당대표를 징계하겠다는 것이 국민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유튜버들이 제기한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를 징계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 의외인 일이고 정상적인 당의 작동 방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도 “그동안 서로 간의 감정이 쌓였을 수 있지만, 수양이 부족한 것 같고 인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이 살다 보면 의견이 달라 갈등도 있고 대립하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도를 넘었지 않은가. 적어도 한 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이고 지도부인데, 국민의힘 당원들에게도 국민에게도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들이 당내 정체성이나 주요 강령, 정책 등을 놓고 토론을 하다가 감정이 격양돼 다툼을 벌였다면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건 누가 봐도 밑바닥에는 당권 경쟁 또는 권력 다툼이지 않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또한 “민주당 입장에서 이러한 사태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며 “정책을 놓고 경쟁해서 얻는 것이 맞지, 타 당이 보여선 안 되는 모습을 통해 반사이익을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염증만 더 크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이들의 갈등에 대해 “이 대표는 겉으로는 의연한 듯하지만, 정치 생명의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민감한 시점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배 최고위원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2년 뒤에 있을 공천권과 관련해 자기 자리 지키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중심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에 따라 자기 정치에 무게를 키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리위 심의가 당대표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대선 정국 당시 윤 대통령이 입당하는 과정부터 젊은 당대표인 이 대표가 권위적이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입장에선 이 대표가 대선 정국에 도움이 됐는지, 오히려 더 많은 승리에 방해가 됐는지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이에 윤핵관들은 윤 대통령의 의중을 들어 조금 더 일찍 이 대표를 당에서 배제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주훈 기자 shadedo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