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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에 불편 죄송” 금융권 ‘잊을만하면 터지는 전산장애’ 왜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3. 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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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은행)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플랫폼전략을 추진해오던 시중은행이 기본적인 금융거래 조차 ‘잊을 만 하면’불통이 되는 전산장애가 발생, 소비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정책은행이나 지방은행, 저축은행도 마찬가지이며 증권사들은 대형 공모주 청약시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시스템이 마비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신한은행, 모바일뱅킹·카드결제 등 장애 발생…정책은행도 지방은행도 예외 아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오전 11시10분께부터 1시간20분 가량 전산시스템 장애로 영업점 전산, ATM,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신한은행 계좌 연결 체크카드 거래가 중단됐다. 은행 측은 이날 12시30분경 전산시스템 장애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장애 원인은 내부 전산망 문제로 확인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부 서버에서 장애가 발생해 금융거래가 중단됐다”며 “불편을 겪었던 고객이 없었는지 민원이 제기된 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 1일에도 내부 전산망 오류로 2~30분가량 앱 접속이 지연되고 ATM 거래가 중단되는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은행권의 청년희망적금 전산 오류가 발생해 일부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앱이 먹통이 됐다. 당시 청년희망적금을 판매했던 A은행은 가입자가 몰려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전산 오류는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정책은행이나 지방은행, 저축은행 등에서도 최근 전산장애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은 지난해 2월 15일 사전에 공지한 노후 디스크 교체작업을 00시까지 진행하기로 했으나, 작업이 당초 예정보다 6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앱 오류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 승인 거래를 제외하고 그 외 거래들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며 “고객들의 문의나 불만사항이 다소 있었는데 원만히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지방 대표 은행인 경남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 등으로 지난 1월 30일 0시부터 오후4시까지 금융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으나,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시 오류가 발생하면서 서비스 정상화가 당초 예고했던 시각보다 11시간가량 지연됐다. 서비스 일시 중단으로 해당시간 동안 모바일뱅킹, ATM 입출금, 체크카드 거래 등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문자로 고객들에게 서비스 지연을 안내하고 모바일뱅킹이나 SNS 등으로도 공지했다”고 밝혔다. 고객 피해에 대한 은행 측의 보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5월 24일 홈페이지 접속 불가,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접속 오류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장애는 통신사 KT의 광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인근 통신장애가 발생한 영향으로 파악됐다. 역시 해당 장애로 인한 고객 보상은 없었다. 하나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8월 25일부터 26일 사이 전산시스템 고도화 작업 중 전산장애가 발생해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 로그인이 안됐다. 하나저축은행 관계자는 “장애 발생 후 후속조치로 재해복구 시스템 및 IT 협력 업체 점검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대신증권(상단 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안타증권, 삼성증권 사옥 (사진 = 각 사 제공)

◇ 대형공모주 청약시 먹통되는 증권사 MTS…전산장애 민원 폭주


증권사들은 대형 공모주 청약을 주관하면서 접속자가 몰려 MTS 장애가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산장애 민원건수 1위는 대신증권(351건)이다. 이어 하나금투(30건), 삼성증권(29건), 미래에셋(13건), 키움(7건) 순으로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많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전산장애 민원이 최다 발생한 것에 대해 “카카오페이 상장일에 매도하려는 사람들로 동시접속자가 몰리면서 트래픽이 일시적으로 폭증했다”며 “화면이 뜨지 않거나 로그인시 지연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카오페이 청약 공동주관사였던 대신증권은 전산장애로 인해 손해를 본 고객들에게 보상을 진행했다. 대신증권 측은 “보상절차는 거의 대부분 완료했고, 일부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또한 “장애 발생 후 서버 증설, 대기표 시스템 마련 등으로 트래픽 유발 상황에 대비해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때는 이상없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카카오페이 공모주를 상장할 때 이체 업무가 지연되는 등의 이유로 민원건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퓨런티어의 코스닥 상장 첫날인 지난달 23일 개장 직후 MTS, HTS가 전산장애로 30분가량 주문 및 계좌조회서비스 지연이 발생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접속자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지연현상이 발생했다”며 “당시 보상을 접수한 고객에 대해 보상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장애 발생 이후 시스템에 대한 보완조치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시 일시적으로 지연현상이 발생한 것이고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금융사들은 전산장애 발생 후 ‘고객 불만을 잘 마무리했다’, ‘원만히 해결했다’고 하지만, 잊을만하면 장애 발생이 반복되고 있어,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와 온라인 거래가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전산문제 더 나아가 보안문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예전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가 적었을 때와 비교해 대비 수준이나 투자가 과거와는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민 포항공대 교수는 “이런 전산장애들이 최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은행들이 사전에 리스크를 통제하는 시스템 효율성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사후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리스크 요인들을 정확히 분류하고 세분화해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이어 “공모주 청약을 주관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시스템상의 투자나 시스템이 효율화되어 있지 않음으로 인해 평판 측면에서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수환·박성민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