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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기업 10곳 중 4곳 “하반기 공급망 여건 악화될 것” 전망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7. 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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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올해 하반기 하반기 공급망 여건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공급망 경쟁력에 대해서도 낮은 평가를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7일 매출액 상위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150개사 응답)한 인식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들이 자사의 현재 공급망 경쟁력을 진단해 점수화했더니 100점 만점(경쟁력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는 경우 0점, 매우 높은 경우 100점으로 자체 평가)에 평균 58점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유연성(팬데믹, 재해와 같은 돌발상황에 잘 대처함)과 분산성(특정 국가 또는 업체에 편중되지 않음), 신속성(권역별 공급망 현지화로 신속하게 대응함) 등에 대해 56~58점으로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화(공급망의 디지털 전환 및 데이터 통합이 잘 이루어짐)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대응성(탈탄소 공정과 같은 주요국·업체의 ESG 요구사항 강화에 잘 대응함)이 각 55점으로 가장 낮았다.

최근 2년간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정 지역 봉쇄 등으로 인한 ‘팬데믹 리스크(35.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국제정세 불안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30.7%)’, 운송 지연이나 파업 등 ‘물류·운송 리스크(27.5%)’가 주요 요인이었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대책 검토 중’이라는 기업이 44.0%로 가장 많았고, 향후 검토 예정인 기업은 35.3%로 나타났다. 반면 14.7%는 ‘검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미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6.0%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여건은 상반기 상황과 비교해 비슷(48.0%)하거나 악화(42.7%)할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상반기 대비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9.3%에 그쳤다.

또한 하반기 중 공급망 환경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생산·수입’ 측면에서는 중국·대만(51.4%),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24.0%), 유럽연합(EU)(3.3%) 등을 예상했으며, ‘판매·수출’의 경우 러시아·CIS(31.3%), 중국·대만(26.7%), 미국(7.3%) 등을 지목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중요하게 추진 중인 내부 대책은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재료·부품 조달을 통한 대체 공급망 구축’(38.3%)이 가장 많았고, ‘동일 제품을 타 거점에서도 생산’(22.1%), ‘재료·부품·제품 재고 확대’(12.1%), ‘스마트 제조 및 생산 자동화율 확대’(11.1%), ‘공급망 관리 체계의 디지털 전환’(11.1%) 등이 뒤를 이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정책으로는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제공 및 지원’(32.3%)과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및 위기경보시스템 강화’(22.0%), ‘공급망 리스크 민감 품목 관리·지원체계 고도화’(17.3%), ‘재료·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지원 및 테스트베드 확대’(15.7%),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유치 확대’(4.7%) 등을 꼽았다.

경제 전문가들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계속될 것이며, 정부와 민간 차원 모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일경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하반기에도 공급망 혼돈은 지속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안에 종료되더라도 파괴된 공급망이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의 전략 자원에 대한 무기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범부처적인 통일된 공급망 컨트롤 타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희귀가스(네온, 아르곤, 헬륨 등 공기에 들어있는 양이 희박한 기체 원소) 가격 폭등,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계기로 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반도체용 희귀가스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져 중국과 관계가 악화될 경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입 중인 해외 제품과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장비도 다수인 만큼, 공급망 민감 품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비철금속 전문인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코로나1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된 원자재 공급 차질은 중국의 석탄, 알루미늄 증산 등으로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주요 금속의 수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아 하반기 공급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렵고, 긴축에 따라 전반적인 수요 역시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가파른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배터리용 소재와 자원 민족주의의 중심에 있는 희유금속(타이타늄, 규소, 니켈, 베릴륨 등 산출량이 적은 금속)의 공급망 내재화는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쳐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복합적인 공급망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의 다변화와 디지털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