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대구, 매수심리 '꿈틀'… 넘치는 분양물량이 부담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대구 부동산 시장이 기대감에 들썩이는 분위기다. 대구지역은 전국서 부동산 침체가 가장 심화된 곳으로 꼽힌다. 그간 넘치는 주택 공급물량으로 ‘올’ 미분양 사태가 빚어지며 반 년째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완화로 대구 분양 시장에 문의가 급증하는 등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내놨던 급매물도 거둬들였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5월 대구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은 6816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2만7375가구) 중 약 24.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2020년 12월(290가구) 당시 미분양 물량과 비교하면 2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구시는 대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규제 강화로 청약률이 떨어지고 주택 거래량이 얼어붙으며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해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0일 대구 수성구를 5년만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나머지 7개 구·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5일부터 적용된다.
규제해제가 발표되자 대구지역 곳곳에선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거래가 활발해질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며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대구 달서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규제지역 이후 대구 부동산 시장은 그냥 마비상태였다”면서 “규제풀렸다는 소식에 오래간만에 전화가 몰리며 사무실에 온기가 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도 달라졌다. 규제 완화 발표 하루 만에 수성구에 위치한 한 견본주택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미계약단지 계약건수도 늘고 있다는 분양관계자들을 통한 소식도 들려온다.
규제완화 발표 이후 하루 새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의 대구지역 아파트 매물 현황을 보면 1일 기준 4만5138건으로 규제 해제 전인 지난달 29일 4만5589건보다 1.0% 감소했다. 특히 중구는 매물이 2.7%나 줄었다.
대구 중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2~3년 전 집값으로 낮춰 내놓는 매물이 많았는데, 이번 발표로 매물을 거둬달라는 집주인들 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그동안 관망하던 수요자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는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청약 경쟁률 상승 등 단기적 호재로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완화된 청약 조건으로 무주택자들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의 청약시장 진입이 용이해질 수 있어 여전히 관심이 큰 지역인 대구나 대전 일부 지역은 미분양 해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나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대외적 환경 영향이 더 커 시장이 과열되기엔 제한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간 쌓인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시장이 크게 급반등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대구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2만세대 이상의 주택 인허가가 발생한 곳이고 올해도 5월까지 인허가 세대수가 1만 세대를 넘긴 상태다. 인허가를 받아놓고 분양대기중인 물량이 쌓여있다는 의미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 공급 예정인 아파트는 2만5000여가구로, 평년 공급물량 1만2000가구의 2배가 넘는다. 내년에는 3만5619가구, 2024년에는 2만1299가구가 입주 물량으로 풀린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취득세가 달라지는 정도인데 심리는 회복되겠지만 시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미분양과 매도물량이 너무 많아 집값하락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