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 대형마트 3사 ‘최저가 경쟁’ 치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올라서며 서민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대형마트 3사가 물가 고공행진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가격 최저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 모두 나날이 높아지는 고물가 시대에 맞춰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한 최저가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최저가격 보상제’ 등 다양한 최저가 행사를 진행하던 이마트는 지난 4일부터 주요 상품 40여개를 선정, 가격을 내리고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최저가 경쟁과의 다른 점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시 행사’라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대형마트의 본질에 충실한다는 의미다.
‘상시 최저가’ 첫 단계는 우유, 김치 등 가공식품 17종 △계란, 양파 등 신선식품 7종 △화장지, 비누 등 일상용품 16종으로 구성된 ‘40대 필수상품’ 가격 인하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주요 상품을 대량 매입하고 산지를 다변화해 많은 상품의 최저가가 유지되도록 노력 중이다.
이마트는 ‘필수상품 최저가’ 이외에도 적극적인 가격 대응을 펼쳐 고객 부담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40대 품목과 별개로 500개 상품을 선정해 일주일 단위로 최저가 관리를 실시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강희석 대표는 “고물가로 근심이 커진 고객들의 부담을 덜고자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이마트에 가면 김치 계란 등 나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부터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연중 프로젝트로 전개하고 있다. 먹거리, 생필품 등을 맴버십 회원 대상으로 소비자 수요가 높은 주요 상품들을 최대 반값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정부의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개정과 함께 추진되는 김치, 고추장 등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면세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 1일부터 해당 품목을 면제세액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한편 고객 수요가 높은 신선식품, 신선 가공식품 등을 최대 50% 할인한 가격에 선보이는 ‘긴급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생활·밥상 물가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 3월부터 강성현 대표의 지휘아래 ‘물가 안정 TF’를 가동, ‘Pricing팀’의 본격적인 운영 중이다. 올 초 ‘롯데마트가 고물가 시대에 최후의 가격 방어선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강 대표의 특명 아래,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에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소비자들이 가격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물가관리를 한다. 매주 목요일 또는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하거나 대안책을 찾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 MD는 올 초부터 국내 삼겹살 가격이 100g당 4000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 연초 캐나다 업체와의 릴레이 협의 끝에 작년보다 거의 3배가량 늘린 물량을 선점해 ‘삼겹살’이라는 품목에 대해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상품 기준의 틀을 깨는 역발상을 통해서도 판매가격의 안정화에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의 블루베리 납품 기준인 14mm(알당)보다 사이즈가 작은 블루베리 상품화를 통해 일반 상품 대비 40%가량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 과일과 맛과 영양에 차이가 없지만 조금 작거나 흠이 있는 과일, 채소 20여종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편 대형마트는 최저가 경쟁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패턴으로 온라인과 편의점에 밀렸던 자존심 회복은 물론 현재의 고물가 상황 속에서 고객 집객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조도연 홈플러스 브랜드본부장은 “급등한 생활물가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가계 부담 완화에 보탬이 되고자 고객 수요가 높은 주요 상품을 할인가에 판매하게 됐다”라며 “올 한 해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지속 전개하고 치솟는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