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족쇄 ‘대형마트 의무휴업’ 풀릴까
2012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11년 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규제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 들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업계도 ‘이번엔 다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 대통령실은 10건의 우수 국민제안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포함됐다. 국민제안은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폐지하고 신설한 새 정부 소통 창구다. 대통령실은 선정된 10건의 국민제안을 온라인 투표에 부쳐 3건을 추린 뒤 그 내용을 실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투표는 21일부터 시작됐다. 앞으로 열흘 동안 진행된다.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투표 수는 4549개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1508개)와 3배 이상 차이난다.
이를 지켜보는 대형마트 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간 국회에서 대형마트 규제의 근거가 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나섰고, 국민투표 열기도 뜨거운 만큼 변화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분위기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2012년부터 계속돼 왔다. 유통산업발전법은 1997년 유통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생겼지만, 2010년부터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급격히 확산되자 국회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SSM이 월 1~2회 의무휴업을 의무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의무휴업 폐지 요구가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다. 온라인 소비 증가로 오프라인 유통업태의 파이 자체가 작아지고, 온라인몰의 익일배송 서비스 등이 활발해지며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업계는 규제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5월 주요 유통업태별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9.1%였지만, 2020년 5월 16.9%, 2021년 15.8%로 매해 줄다 올해 5월에는 14%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비중은 41.2%→45.9%→47.9%→48.2%로 매해 증가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대형마트는 적자로 전환되거나 영업이익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평일 대비 매출이 높은 주말 정상영업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대형마트 업계 따르면 일요일 매출은 평일보다 2.5~3배 높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의무휴업은 한 달에 2번 밖에 안하지만, 문 닫은 대형마트를 보고 발길을 돌린 손님들이 일요일에는 아예 대형마트를 찾지 않으면서 일요일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언제와도 구매할 수 있다는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의무휴업 규제가 사라질 경우 대형마트의 객수 회복과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국민투표를 거치더라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형마트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의 반대도 뛰어 넘어야 한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사업노조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걸린 문제를 개인정보 인증도 거치지 않고, 정책에 대한 설명도 없이 제목만 있는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려 한다”며 “국회 입법이 현실화 된다면 입법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