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안팔리는데…” 매도 거둬들이는 다주택자들, 집값 영향은?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인하 방침을 밝힌 첫 주말,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매물 회수 조짐을 보이는 등 부동산 분위기가 소폭 변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수에서 가액기준으로 바꾸는 세재 개편안에 다주택자들이 “당장 급할 게 없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침체된 거래 시장의 활성화를 넘어 집값을 자극시킬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대체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가 종부세 인하 계획을 발표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인하 발표전날인 지난 20일 6만4668건에서 세안이 발표된 21일 6만4046건으로 줄어든 뒤, 24일 6만3766건으로 감소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북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매물이 감소했다. 중구가 지난 20일 814건에서 24일 784건으로 3.7% 줄었고, 서초구 (-3.1%) , 양천구(-2.2%), 구로·광진구(-2.1%) 등이 2%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1.2%, 0.8% 매물이 축소됐다.
이번 세재 개편안은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을 폐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급매로 나온 집주인에 매도 의사를 재확인 해 봤는데 보류하겠다고 했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어차피 거래가 잘 안되니 향후 세재 개편 추이를 봐가면서 결정을 내리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거래 가뭄이 심각한 상태에서 보유세 인하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를 낮춰준다고 하니 주말 집주인이 일단 매도를 보류하겠다는 연락이 많았다”면서 “매수자도 없는데 당분간 거래에 더 씨가 마를 듯하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집값이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세제 개편 효과가 매매 시장에서 추가적인 주택 매수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기존 다주택자들에게는 보유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도록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격 고점 인식과 경기 위축,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 관망 등 주택시장의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낮아졌다고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거나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안은 국회 법을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라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에 하나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규제에 대해 시차를 두고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