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역대급 폭우 사태 자택 상황 지휘에…대통령실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
수도권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상황실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집중 호우 상황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실시간으로 대통령께서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한 정보를 갖고, 보고를 받고, 그 상황 인식 속에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자택에 위기관리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저에 어떤 시스템이 있는지는 특별히 제가 공개해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수도권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후에도 윤 대통령은 상황실은 커녕 현장을 찾지 않아 시민사회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변일대에 침수가 있어 나오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관계자 역시 “대통령 사저 주변에도 침수가 있었다. 침수됐다고 해서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라고 생각하시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라며 “그런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제 이미 상황실에 한덕수 총리가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대처 역량을 오히려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 속에서 가지 않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지침에 따라서 한 총리가 어제 저녁에 행정안전부, 산림청,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 부처에 인명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제 밤늦게 대통령께서 추가 지시를 내리셨다. 그것은 한 총리의 지시사항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고, 또 하나가 오늘 오전에 출근 대란이 예상됐기 때문에 공공·민간의 출근시간 조정을 추가적으로 지시하는 그런 일들이 계속 있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전화로 지시하시는 것과 실제 상황실로 나가시는 것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희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실시간으로 한 총리, 이 장관, 그리고 대통령실의 참모들에게 수시로 보고받고 수시로 지시를 내리면서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기록적인 집중 호우 피해에도 윤 대통령이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당권 주자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 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며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다. 향후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도 “상황실로 나와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윤 대통령은 집 안에서 전화로만 지시했다”며 “서초동 자택 주변이 침수돼 발이 묶였다는 보도가 있는데, 멀쩡한 청와대를 왜 나와서 이런 비상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윤영찬 의원 역시 “전국에 연결된 회의시스템이 갖춰져 이동할 필요도 없는 청와대를 굳이 버리고 엄청난 세금을 들여 용산으로 옮기더니 기록적 수해 상황에서 전화로 업무를 본다”며 “전 정부 탓을 그리 하더니 능력 차이, 수준 차이가 너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준호 의원도 “큰 비 피해가 우려되면 퇴근을 하지 말았어야지, 국정 운영의 의지는 있는 것이냐”라고 물으며 “폭우에 출근도 제대로 못 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삶을 어떻게 맡길 수 있을까. 너무 한심하다”고 거듭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