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운임, 9주째 하락에 안정되나 했는데…러-우크라 사태로 재상승 전망
해운운임이 9주째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물류 성수기 시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해상 물동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운임 상승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보다 84.75포인트 내린 4540.31포인트를 기록하며 9주 연속 하락했다. 운임 하락은 미주 동안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 구간에서 이뤄졌다.
남미 노선은 1TEU(길이 6m 컨테이너)당 7626달러로 전주보다 419달러 하락했다. 유럽노선도 1TEU당 6797달러로 전주 대비 222달러 떨어졌다. 중동 노선과 호주·뉴질랜드 노선은 1TEU당 3118달러, 3955달러로 전주보다 각각 110달러, 86달러 하락했다.
반면, 운임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노선도 있다.
지중해 노선은 1TEU당 전주 대비 38달러 떨어져 7035달러를 기록했다.
미주 서안 노선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8023달러로 전주보다 82달러 하락했으며, 미주 동안 노선은 1FEU당 1만634달러로 한 주 전과 동일한 운임을 보였다.
운임 하락은 미국 항만의 적체 문제가 다소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 해양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LA항·롱비치항에 대기 중인 선박은 43척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초 109척과 비교하면 대기 선박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9주 연속 운임이 하락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해운운임 안정화 신호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운업계 측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몇 주 동안 운임이 떨어졌어도 과거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오른 수준”이라며 “올해 역시 해운운임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처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중으로 판단된다”며 “성수기 진입 후 운임 폭락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본다. 오히려 선박이 바다에서 대기하는 체선 현상이 다시 생길 수 있어 운임이 기존 예상보다 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양진흥공사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태로 해상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화물이 최근 급증했는데, 해당 화물이 해상운송으로 전환될 경우 물류 적체가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러시아 제재에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동참하면서 관련 지역 화물이 유럽 주요 항만들로 몰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러시아로 향하는 극동 노선 2곳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HMM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운항에 어려움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예약을 잠정 중단했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비스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일부 북유럽국가는 항구에서 러시아 화물의 하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물이 하역되지 않고 항만에서 체류하게 되면 혼잡만 더 심해진다”며 “운임 상승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물류 성수기에 진입했고, 국제 상황을 고려하면 컨테이너선 운임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