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써보니…"재난지원금이랑 똑같네"
“재난지원금이랑 똑같네요. 물가 올라서 추석 장보기 겁났는데 미리 구매해 둬야겠어요.”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카드형으로 출시했다. 평소 사용하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재난지원금처럼 알아서 충전 금액이 빠져나가는 식이다.
일반 카드 결제와 사용 방법이 똑같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금처럼 들고 다녀야 하는 종이상품권이나 모바일 앱에서 QR코드를 찍어서 사용해야 하는 모바일상품권보다 사용이 훨씬 간편해졌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의 카드사로 사용 범위가 확대된 1일 직접 ‘온누리상품권’ 앱을 깔아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해봤다. 앱을 깔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금액 충전을 위한 계좌 등록이다. 본인 인증을 거쳐 계좌등록을 마치고 나면 해당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원하는 금액만큼 충전이 된다. 이후 평상시 사용하던 카드를 카드번호를 입력해 등록하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끝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분 남짓이었다.
카드 등록을 마치고 결제를 해보기 위해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았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난 뒤 신용카드를 쑥 내밀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쓴다면서요’라고 되물었다.
아직 시장 상인들에게도 제대로 홍보가 안된 상황이라 지류상품권이나 QR코드 촬영을 위해 휴대폰을 꺼낼 것이라 예상했던 상인들은 불쑥 나온 신용카드에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장 상인회 관계자가 나와 주황색으로 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스티커를 가게마다 나눠줬지만,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출시됐다는 설명을 함께 하진 않았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띠링’
등록해 둔 카드로 물건을 사자 바로 문자가 왔다. 사용금액과 남아있는 충전금액이 함께 떴다. 재난지원금처럼 사용금액과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바로바로 문자 알림으로 왔다. 모바일 앱에서도 남은 충전금액과 결제내역이 바로 반영됐다.
일단 등록 과정과 사용 방법은 모두 간편했다. 또 모바일상품권과 똑같이 10% 할인이 가능하다는 점과 40% 소득공제, 카드 실적에 온누리상품권 사용금액도 포함된다는 점은 고물가 시대에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보였다. 정부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충전 한도도 추석을 맞아 9월 한 달간 기존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30만원 확대했다.
다만 일부 이용이 불편한 점들도 보였다. 온누리상품권 앱 내에 있는 ‘가맹점 찾기’ 기능이다. 이 탭을 누르면 인근 4㎞ 내에 있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뜨지만 지도에 가맹점이 표시되는 방식이 아닌 단순 목록으로 나열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가맹점의 이름을 다시 지도 앱에 검색해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사용 방법이 간편해진 것과 별개로 사용처가 전통시장으로만 한정돼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각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경우 소상공인 업체라면 전통시장 인근이 아니더라도 사용이 가능해 범용성이 높은 반면, 온누리상품권은 기본적으로 전통시장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거라 전통시장 안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통인시장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특별법 상으로 인정하는 전통시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정한 전통시장 구역을 벗어나면 시장 바로 옆에 있는 가게라고 해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돼 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역화폐처럼 온누리상품권도 사용처를 넓혀달라고 요청하는 상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년도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고 발표한 뒤 지역화폐를 대신해서 온누리상품권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기부도 사용처 확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전통시장특별법에 근거해 온누리상품권이 출시된 만큼, 사용처 확대를 위해선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