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이지만 수도권 전세 매물 ↑…전셋값 반등 없고 세입자 구하기 '경쟁'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었지만 수도권 전세시장이 잠잠한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이사철에는 학군 등 수요가 몰리며 전세 물량이 부족하지만, 올해는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전세시장은 매물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세입자들이 전세 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전셋값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15% 하락해 지난주(―0.13%)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하락해 전주 대비 낙폭이 커졌다.
이처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시장은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지만, 신규 거래는 드물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전세시장에서는 수요가 뚝 끊겼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29일 기준 87.6으로 지난주(88.7)보다 더 내렸다. 2019년 7월 22일(85.8)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도 전주(87.6)보다 내려간 86.9을 나타냈다.
아울러 실제 현장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시세 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내린 값에 급전세 물량을 내놓고 있지만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끝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이사철에도 전세매물이 증가한 이유는 금리인상으로 전세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는 줄고, 반전세·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매매거래가 끊기다보니 물건을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공급이 더 늘어났다. 또한 대출 이자 부담에 집을 넓혀가거나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수요마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이지만 전셋값 반등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월세화 현상이 더 빨라지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말까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신규 전세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세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전세대출 이자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만큼 전세를 찾는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에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실제 이달 중 평소보다 많은 3만6000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는 것도 전셋값을 하락시키는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전국적인 전세대란 우려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전세대출 이자부담이 전세의 월세 전환이율보다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월세화와 역전세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