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제 개편 합의, 원유가격 협상시작… 흰우유 1리터 ‘3000원 시대’ 열리나
우유가격 결정제도가 내년부터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된다. 우유가격 결정제도 개편이 결정됨에 따라 그동안 미뤄졌던 원유가격 인상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흰우유 1ℓ에 3000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1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골자로 하는 낙농제도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새 제도는 내년 1월 1일 부로 시행된다.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의 가격을 낙농가의 생산비 증감에 따라서만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우유 수요의 감소에도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만 한다고 보고 개편을 추진해왔다. 대안으로 제시된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유업계에서 가공유를 더 싼값에 사들여 국산 유가공 제품의 가격도 낮아지고, 값싼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우유가격 결정제도 개편이 의결됨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가격을 정하기 위해 오는 20일 첫 회의를 열고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협상위에는 생산자와 유업체 측 인사가 동수로 참여한다.
낙농진흥회 규정에 따르면 원유가격은 매년 5월 발표하는 통계청의 농축산물 생산비조사 발표후 1개월 내에 협상을 끝내고 8월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정상적으로는 8월에 바뀐 가격을 적용해야 하지만 올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이례적으로 협상이 늦어졌다.
아직 새로운 제도의 구체적 실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올해 원유가격은 기존의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비 연동제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최근 1년, 또는 2년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재작년과 작년 원유 생산비가 리터당 52원이 오른 점을 고려, 원유 가격은 리터당 47∼58원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생산비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지난해 원유가격은 21원 올랐을 때 서울우유가 흰우유 1ℓ의 제품 가격을 200원 가량 올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최대 500원 안팎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1ℓ짜리 흰우유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다. 현재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정보에 따르면 흰우유 1ℓ 소매가는 2714원이다. 여기에 낙농가들은 원유가격 협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못 올린 부분에 대한 소급적용을 주장하고 있어 우유가격의 대폭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