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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계속 내놓는 삼성家··· 상속세 다 내려면 아직 멀었다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4.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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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아랫 줄 오른쪽 두 번째)이 생전인 2012년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뒷줄 오른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아랫 줄 왼쪽),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뒷줄 가운데) 등 가족들과 함께 영국 런던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다.(연합뉴스)

약 12조 원.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오너일가가 납부해야 할 ‘이건희 상속세’ 규모다.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 오너일가가 잇따라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매각에 나서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25일 별세하면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19조 원을 포함해 부동산과 미술품 등 약 26조 원에 달하는 유산을 남겼다.

삼성 오너일가는 작년 4월 30일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세액을 과세당국에 신고했다. 이날은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 마지막 날이었다. 유가족은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이 사망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상속세를 5년 동안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했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한 번에 내야 하지만, 금액이 2000만 원이 넘으면 유가족은 신고·납부 기한 안에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다. 연부연납을 과세당국이 받아들이면 최대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내면 된다. 단 1회 납부 금액이 1000만원을 넘어야 한다. 당시 삼성 오너일가는 1회분으로 2조2000억원 정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삼성 오너일가는 남은 약 10조원을 오는 2026년까지 납부해야 한다. 앞으로 5년간 매년 가산금을 포함해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중 60%인 1조2000억원 정도는 삼성전자 등에서 받는 배당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삼성 오너일가 5명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로부터 배당금 총 1조3079억원을 받았다.

문제는 나머지 8000억원이다. 자금을 구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삼성 오너일가가 잇달아 보유 주식 매각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 수준에서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만큼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유지를 고려해 주식을 배분받아 지분율을 낮출 수 없어 지분 매각 행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실제 어머니 홍라희 전 관장과 여동생인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보유 지분을 팔았지만 이 부회장만은 아직까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 오너일가가 최근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총 1조9800억원 규모이다. 홍 전 관장이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지분율 0.33%)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총 1조3720억원을 마련했다. 당시 처분 단가는 전일 종가 대비 2.4% 할인된 주당 6만8800원이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지난달 22일 삼성SDS 주식을 팔아 각각 1900억원 가량을 손에 쥐었다. 이 이사장은 작년 12월에도 삼성생명 주식 2300억원 어치를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단행한 지분 매각에도 아직 상속세로 낼 자금을 모두 마련한 것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상속세를 모두 내기 위해서 3조원 가량이 부족하다고 본다. 보유 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