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악재에 발목 잡힌 은행주… 3월 美 FOMC 등 부담요인 남아
금리 인상 국면에서 수혜주로 각광받던 은행주가 최근 들어 하락세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금리 하락, 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손실 우려 등에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상 폭을 베이비스텝(0.25%p 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고하며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6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RX은행지수는 전일 대비 7.51포인트(0.98%) 내린 755.87에 거래를 마쳤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우리금융지주 등으로 구성된 해당 지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진한 국내증시 흐름 속 금리인상 국면의 수혜를 누리며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7일에는 종가 기준 822.43을 기록,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82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일(2월 24일)을 기점으로 800선 아래에서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에 대해 예대금리차 상승추세가 지속되며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과 아직 악재가 남아있어 주가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전문가들은 은행금리가 시장금리에 후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예대차금리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며 예대차 금리와 순이자마진(NIM)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은행주가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하는 추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추가로 상승하고,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은행주 이자이익 증가세 역시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금리상승 폭이 컸기 때문에 대출증가율 상승 없이 NIM 상승효과만으로도 1분기 실적 개선이 가능하고, 이후 NIM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은행주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직접적 군사 개입 대신 러시아 중앙은행 및 주요 인사에 대한 외화자산 동결, 러시아 7개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등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박선지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 및 기업실적 저하, 대 러시아 제재 동참에 따른 우발 부담요인 발생 가능성은 국내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국내 자본시장의 급격한 초기 외화유출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분쟁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 가능성을 종합할 때 외화유동성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러시아 익스포저가 우리은행 및 하나은행 전체 익스포저의 0.1%(외화 익스포저의 0.4%)·작년 연결 순이익의 11%에 불과하고, 러시아 현지법인 관련 국내기업 본사의 지급보증이 제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 자산부실화로 인한 국내 은행의 부담요인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제롬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이달 15~16일 열리는 3월 FOMC에서 50bp가 아닌 25bp 금리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힌 점도 은행주에는 부담이다. 금리 인상이 둔화될 경우 순이자마진 감소 등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압력도 장기적으로 은행주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과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상회하고 생산자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급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확대된 경우 은행주는 시차를 두고 조정양상을 보였다”며 “최근 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고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반한 비용 인상 압력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경우 장기금리와 은행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