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쌓여가는 지자체 "조정대상지역 당장 해제해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 지역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에서는 주택청약 시장마저 주춤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기 시작하자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구와 울산, 광주 등 광역시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이다. 대구는 주택공급 과잉 등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분양주택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대구 아파트 값은 16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매매수급지수도 79.9로 지방 광역시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미분양물량 역시 지난달 말 기준 3678가구로, 2011년 말(8672가구)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분양전망 역시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57.6으로 전국 평균치(71.5)를 크게 밑돌았다.
상황이 이렇자 대구시는 아파트 미분양 증가로 인한 주택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고 보고 정부에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과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또 주택정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제도 개선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올해 초 청와대를 찾아 대구 지역경제 재도약을 위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상북도도 이달 초 중앙부처와 관계기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알렸다. 경북도는 “지역 전체 미분양 5227가구 중 56%에 달하는 2943가구가 포항에 집중되지만 지금까지도 포항 남구와 경산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시·군과 긴밀히 협조해 자체적으로 주택공급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울산시 중구와 광주시, 순천시, 광양시 등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서도 해제를 건의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가 수시로 규제지역 해제를 정부에 건의할 수 있게 하는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자체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는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주택법상 조정대상지역은 공통요건으로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 또 선택요건으로 △직전 2개월간 월평균 청약경쟁률 5대 1 초과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 전국 평균 이하 △직전 3개월간 분양권 전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이상 증가한 지역이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와 지자체 요구에도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해제는 국토교통부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정량적·정성적 요건을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만큼 실제 해제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제4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대구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나 해제 없이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지켜 보기기로 했다. 주정심은 1년에 두 번, 6월과 12월에 열린다.
전문가들 역시 집값이 일부 약세 양상을 보인다고 고삐를 풀어줄 경우 또 다시 주택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등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은 양극화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방 내에서도 인기 지역에 투자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있는 데다 토지보상금도 풀리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규제지역을 완화한다는 신호를 주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