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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S의 공포…'FAANG' 美빅테크株 여전히 답인가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3. 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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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의 whatsup] 전문가가 말하는 美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미국 증시를 견인하며 전세계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던 미국 빅테크 주들이 올해 들어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미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마저 올려야 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동안 서학개미들의 무한 사랑을 받았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미 빅테크주는 지금도 여전히 투자의 정석일까.

 

◇ 고개 드는 ‘S 공포’

 

국제유가는 7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배럴당 130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은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상승한 후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타격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물가에 압력을 줄 뿐만 아니라 성장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경기를 자신해 높은 물가만 잡으면 된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했던 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오는 3월 금리인상폭은 25bp(0.25%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시장의 ‘빅스텝’(50bp) 인상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모습이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뉴욕증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달리며 7일에도 큰 폭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 월가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이라는 표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침체란 뜻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물가는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경제는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일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미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묻는 <브릿지경제>의 질문에 “미국은 현재 물가가 굉장히 높지만 올해도 3% 중반대에 해당하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므로 당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허 이사는 “WTI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110달러 수준인데 만일 130~140달러(분기 평균가)로 넘어가게 되면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상장률이 하락하고 그때부터 실제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제유가가 ‘S 공포’ 현실화의 기준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허 이사는 “유가가 100달러대에서 크게 더 넘지 않고 안정화되느냐 아니면 130~140달러도 가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 같다”고 보았다.

 

구글(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현 메타) 로고 (AP=연합)

◇ 미국 빅테크주 여전히 답인가…“상반기 성장주에 비우호적 환경 지속”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미국 빅테크주는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의 대세 상승장을 견인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0년과 2021년 미 증시 상승을 이끌면서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빅테크주 성적이 시원찮은 모습이다.
메타(전 페이스북) 주가는 연초 대비 하락폭이 -40.52%(이하 현지시간 4일 기준)다. 넷플릭스는 -39.96%, 아마존닷컴 -12.64%, 알파벳(구글 모회사) -8.94%, 애플 -8.11% 등으로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14.90%로 국내 코스피 지수(-8.87%) 보다 낙폭이 크다.
빅테크 중심의 투자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일까. 금융권에선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금리를 50bp까지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보지만 높은 물가압력 때문에 매파적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단기적으로 이런 소수의 밸류에이션 높은 종목들을 긍정적으로 볼 이유는 적은 상황 같다”고 말했다.
허재환 이사는 “조정은 이미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줌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주가는 코로나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여기서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허 이사는 “문제는 주가가 바닥을 치더라도 못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하락을 멈췄다고 해서 반드시 V자 반등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금리를 계속 인상해 금리 수준이 높아지고 주도업종이 언택트에서 컨택트로 넘어간다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고평가’ 빅테크주들이 빠르게 올라가긴 어렵기 때문에 부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 물가 압력이 좀 떨어지고 미국이나 한국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면 그때부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은 급락을 좀 멈췄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 같고 본격적으로 올라오려면 하반기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 국내 증시 방향은…“유가 부담에 상단 높지 않아 박스권 움직임”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데 기준금리는 인상 기조인 상황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증시는 어떤 방향성을 찾게 될까.
이은재 부전문위원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는데 상대적으로 신흥국 증시는 그동안 많이 저평가되었고 증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미국 중심의 증시였고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많이 쏠렸던 것이 금융시스템 위험 요인의 하나였다고 보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이런 위험이 축소되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이 부전문위원은 “자금의 로테이션 측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신흥국 자금이 유출되는 폭이 축소된 상황이고, 위험회피 현상이 극단적으로 고조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국내증시 조정폭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을 것 같다”고 보았다.
허재환 이사는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는 한국 증시가 좋은 적이 별로 없었다”며 “현재 주가수준은 올해 성장률이나 기업의 이익 추정치에 비하면 조금 저평가된 것으로 보여 여기서 더 나빠질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허 이사는 “유가 부담을 생각하면 주식시장 상단이 높은 상황은 아니므로 약간 낮아져 있는 박스권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봐야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