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이어 배터리 대란 우려… 결국 전기차 가격 오르나
전기차 보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의 핵심 재료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이 공급 부족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판매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2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극재 제조사는 배터리 기업에 공급하는 양극재 가격을 25% 이상 인상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가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향후 2차전지 납품가격이 상승할 경우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자재 공급 부족현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예고됐다. 실제로 2차전지 공급량은 전 세계 전기차 제조사 수요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가격상승’과 ‘2차전지 공급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2차전지 관련 원자재를 직접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주요 원자재의 전략적 관리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현재 시행 중인 2차전지 원자재 선매입을 확대하고 최소 1분기 이상의 배터리셀과 양극재 등의 안전 재고를 확보해 전기차 판매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할 계획이다. 협력사 자체 조달에 의존했던 기존의 구매방식에서 원자재를 포함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원자재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LG엔솔은 니켈 매장량 1위인 인도네시아의 니겔 광산 국영기업 ‘안탐’ 등과 11조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맺었다. LG엔솔은 지난해 6월 호주 ‘QPM’과 지분 투자 및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SK온과 삼성SDI도 QPM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해외 광산에 투자와 공급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와 배터리 기업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당장 전기차 가격이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상승한 원자재가격이 유지되거나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기차 가격상승과 출고적체현상으로 이어져 전기차 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