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세계무대로 이끈 故강수연, 너무 이른 영면
한국 영화를 빛낸 강수연(55)이 7일 갑작스럽게 하늘의 별이 됐다. 영화 ‘씨받이’(1987),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 등 고인의 작품과 시대를 함께한 대중들은 충격에 휩쌓여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제)를 기다리던 이들도 고인을 애도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공식 SNS에 “한국 영화계의 개척자였던 빛나는 배우 강수연 님께서 금일 영면하셨다”라고 적었다.
이어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 보여주신 故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면서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다”라고 추모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정이’에서 고인은 뇌 복제를 책임지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상반기 공개 예정작으로 촬영은 모두 끝났으며, 현재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수연은 한국 나이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한 뒤 배우이자 문화행정가로 활동하며 한국 영화계를 이끄어 왔다. 스물한 살 때인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라는 칭호를 얻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배우는 고인이 최초였다. 1989년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당시 공산권 최고 권위였던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1990년대에도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한국영화 중흥기를 이끌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등 수많은 흥행작을 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가 외압 논란에 휩싸이며 큰 위기를 맞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영화제 부활에 앞장서기도. 강수연은 남성 중심이었던 영화판에서도 엄하지만 돈독한 후배 챙기기로도 유명하다. 그가 평소 술자리에서 종종 하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명언은 이후 류승완 감독이 천만영화인 ‘베테랑’ 대사로 집어넣기도 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강수연은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오다 7일 오후 3시께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차려졌다. 조문은 8일부터 가능하며 발인은 11일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