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서 불발된 이재용 사면, 윤석열 정부선 언제쯤?
“다음 정권이나 기회가 오면 잘 해결될 수 있는 걸 오히려 바둑 돌을 잘못 놓는 것 아니겠느냐.”
김부겸 국무총리가 최근 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에 맞춘 경제인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자 돌아온 답이다. 시기상조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임기 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5년 전 취임 당시 ‘재벌 개혁’을 일성으로 내세웠던 만큼,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이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공은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게로 넘어왔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 부회장 등 경제인들을 대거 사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정 목표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내세울 정도로 친기업적인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사면 시점은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유력하게 점친다. 그동안 대통령 사면은 3·1절과 석가탄신일, 광복절, 성탄절 등에 맞춰 이뤄져 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광복절을 가장 먼저 맞이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가석방 상태인 이 부회장으로서는 적극적인 경영에 한계가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와 대규모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이 부회장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사면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다. 작년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그해 8월 가석방됐다. 가석방은 사면과는 달리 형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재범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구금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이어서 취업과 해외 출장에 제한을 받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출장 등으로 해외에 나가기 위해선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해외 출장이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오는 7월 29일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더라도 향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형기를 모두 마치더라도 비상근직·미등기 임원이어서 이사회 참석 등이 불가능해 경영 전략 등을 직접 챙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윤석열 정부에서는 반도체 산업 육성 등을 위해 이 부회장의 사면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기업들의 자율성과 규제개선을 강조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여왔다”며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가석방에 묶여 있는 있는 이 부회장 등에게 사면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8%로 반대(23.5%)보다 현저히 높았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재계 1위 기업의 총수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축하 만찬에 참석한다. 여기에 더해 오는 20~22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생산시설을 안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