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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미트'의 이정현…엄마니까 아프다, 운다 그리고 살아간다!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8. 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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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미트’의 이정현(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상하게도 일하지 않으면 더 힘들더라고요.”
 
출산 4개월 만에 복귀한 이정현이 영화 ‘리미트’를 들고 관객들을 만난다. 이미 올 상반기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남편인 형사(박해일)보다 더 강력한 육감을 지닌 아내를 연기했던 그는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사이 엄마가 된 그는 “멍 안들고 한 촬영은 처음”리라며 “뭔가 애타고 힘들지 않으면 연기한 기분이 나지 않아서 ‘감독님 진짜 집에 가도 되는 거예요?’라고 여러 번 물었다”고 미소지었다.
 

영화 ‘리미트’의 이정현.(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미 10대 초반에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꽃잎’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광주사태의 비극을 표현해냈던 이정현은 이후 ‘군함도’ ‘명량’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유독 고생길이 훤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무던하고 예쁘기만한 연기는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단다.
 
“마취에서 깨자마자 (넷플릭스 ‘기생수-더 그레이’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님에게 카카오톡으로 촬영 스케줄 물어봤다가 혼났다니까요. 입덧을 6개월까지 했는데 이후에는 배가 나와서 일을 못했고 정신적으로 우울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때 ‘아, 나는 몸을 움직여야 힘이 나는구나’를 절감했죠.”
 
신혼 3년차에 딸 서아를 가진 그는 “엄마가 딸 다섯을 어떻게 키우셨는지 감사하고 애틋하다”며 남다른 사모곡을 전하기도. 곧 이유식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는 이정현은 “요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쉽게 써지지는 않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연상호 감독과 ‘반도’로 호흡 맞춘 그는 넷플릭스 ‘기생수-더 그레이’의 촬영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도 장총을 들고 시종일관 뛰어다닐 예정이라고. 이정현은 “감독님도 같은 호랑이띠 아이를 둔 탓에 주말 촬영은 완전히 비어있더라”면서 “칼퇴근하는 신랑 덕분에 주말 육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지만 아기가 너무 예뻐서 그런 배려가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3세 연하의 의사와 결혼한 이정현은 “영화란 게 팀워크가 중요한데 아기 걱정말고 같이 어울리라고 남편이 되려 큰소리”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에 이번 아동 연쇄 유괴사건을 그린 ‘리미트’는 남다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이정현은 기절한 실종 아동 아진의 엄마 홍연주(진서연) 대역으로 수사에 나서는 경찰 윤소은을 연기한다. 촬영 당시에는 출산의 경험이 없었지만 피해자 엄마의 대역을 맡으며 만난 실제 실종 아동의 부모들을 통해 배우로서의 삶을 되돌아봤다고.
 
“공인으로서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커요. 얼마전 시사회 때도 ‘어쩜 내 심정을 그렇게 잘 연기했냐’면서 많이들 우셔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실종아동의 사진도 고지서 정도에나 실리는 게 현실이잖아요. 얼마나 전면적으로 다루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걸 알기에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 앞장서고 싶어요.”

 

극 중 이정현이 맡은 소은은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이다. 남편을 사고로 잃고 다단계를 투잡으로 택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자세히 다뤄지진 않았지만 경찰서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무늬만 경찰’에 가깝다. 하지만 연주의 대역으로 수사 중 자신의 아들 다현을 범죄조직에 빼앗긴 뒤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잘린 손가락 마디를 보고 이성을 잃는다. 정작 소은에게 대역을 맡겨야만 했던 실제 실종아동의 엄마 연주도 극심한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다. 
 
극한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이정현은 “감정이 폭발해버리면 안될 것 같았다. 아이만 봐도 예뻐서 눈물을 흘리는 성격인데 ‘리미트’는 나를 억누르고 엔딩까지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아이디어 제안도 서슴치 않았다. 시나리오 상의 소은은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답습한 가죽 재킷을 걸친 쇼트머리의 전형적인 형사였다. 하지만 이정현은 “막파마머리를 질끈 동여맨 생활형 모습을 보여주자고 감독에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주셔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리미트’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소은이는 엄마지만 특이한 경찰이에요.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경찰이 된 게 아니거든요. 공무원이란 생각에 엉덩이를 무겁게 해서 경찰시험에 합격한 건데 원래 시나리오처럼 싸움도 멋지게 하고 스타일리시하면 관객들이 괴리감을 느낄 것 같았어요. 수시로 기미와 점을 그리는 펜슬을 두고 몸도 최소한 왜소하게 보이게끔 오버사이즈로 늘어난 티셔츠를 주로 입었죠.”
 
‘리미트’는 주인공 모두 남성으로 이뤄진 일본 원작을 색다르게 각색해 속도감 있는 스릴러로 완성됐다. 이정현 외에도 문정희, 진서연 등이 출연해 여성이 주도하는 스릴러의 매력을 발산한다.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는 이정현은 “누가 같이 하게 될까 궁금도 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이름만 듣고도 잘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촬영할 때 다들 아이디어도 많고 준비를 정말 많이 해왔다. 작품으로 첫 만남인데 한 10번은 만난 사이 같았다”며 호흡이 남달랐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좀 짧을 수도 있는데 그만큼 빠른 호흡에 관객들이 열광해 주실 거라고 봐요. 사운드며 여러 가지 장점들이 극장관람에 특화됐으니 꼭 영화관에서 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계획?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래 오래 연기하는 거죠. 할머니 배우로 관객들 옆에서 나이들고 싶은 게 꿈이랍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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