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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떼] 문 대통령-윤 당선인, 깊어지는 신구 권력갈등…여야 “서로 존중하는 모습 필요”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3. 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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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 제1야당 국민의힘에선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신구 권력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 회동 연기, 한국은행 총재 임명 등으로 충돌한 데 이어, 법무부까지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양측의 충돌 지점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정권 이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와 법무부 업무보고를 두고 충돌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에 도움 될 내용이 많으니 한번 들어봐 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이제) 갈 사람’이라고 표현한 박 장관은 “법무부에 공직자들이 그냥 하루 이틀 근무하신 분들이 아니니까 거꾸로 그분들의 의견도 경청해봐 주시고 다음 주에는 업무보고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인수위에 손을 내밀었다.

앞서 전날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등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박 장관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이들은 전날 오전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예하기로 결정하며 불만을 드러냈고, 윤 당선인 역시 “이 정부에서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검찰개혁이 5년 동안 했지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결국 박 장관이 한발 물러선 결과 사법 분야까지 신구 권력 충돌이 확산되는 것은 막았지만, 갈등의 핵심인 청와대와는 아직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윤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윤 당선인이 직접 판단하라”고 직격했다. 이는 회동 실무협상이 공전하는 원인으로 윤 당선인의 최측근과 참모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같은 발언이 윤 당선인뿐만 아니라 참모들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는 것이다.

당장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에 불만을 드러내며 정면으로 맞섰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다”며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다.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회동 또한 역대 정부 사상 최장 지연으로 기록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이를 두고 여야 전직 국회의원들은 서로 존중하는 모습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용산 집무실 이전, 한은 총재 인사 문제에 대해선 입장을 달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신구 권력 충돌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수인계는 원활하게 잘하는 것이 좋다”며 “인계해 주는 쪽이나 인수를 받는 쪽 모두 서로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양측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신구 권력이 처음 충돌한 용산 집무실 이전을 두고 “윤 당선인이 하룻밤이라도 청와대에 있으면 안 될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취임식 전까진 문 대통령이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윤 당선인 측에서 강행하려는 것은) 뜻은 알겠지만 합리성은 결여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 문제에 대해선 “이제 정권을 이양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국가 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자리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항이라면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사권 역시 존중해 주면서 윤 당선인 측 의견이 있으면 수렴하고, 서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여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당부했다,

반면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용산 집무실 이전 갈등을 두고 “인수위 활동 범위를 벗어난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이라고 해도, 정당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 운영 경비는 국무회의에서 27억원을 통과시켜 줬는데, 실제로 집무실 이전에 대한 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라면서 “500억원이 됐든 5000억원이 됐든 당선인 차원에서 진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화문 시대를 공언했음에도 2주 만에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을 결정한 것이 정확한 명세서에 근거한 주장이냐의 문제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또 한국은행 총재 임명 문제에 대해선 “한국은행은 매우 독립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어떤 대통령이 임명하는지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큰 갈등의 소지가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논쟁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신구 권력 간 갈등 요소인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해 “선거 끝나고 짧은 시간 안에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차라리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했다면 갈등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물러날 대통령 입장에선, 윤 당선인이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다면 국정 철학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다”며 “이것을 윤 당선인 개인의 판단이라고 보면 안 되고,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은 안보 공백을 이유로 용산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청와대에 대해 “새로운 당선인이 국정을 앞으로 책임지고 설계해 나갈 상황이면, 최대한 협조해 주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권력이 자기들 입장만 내세워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미 문 대통령이 과거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윤 당선인의 공약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윤 당선인 측에서도 강행하는 것이 아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투여하는 것이 좋다”면서 “문 대통령 또한 이런 부분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는 모양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갈등에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니, 국민은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매번 보고 있다”며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서로 소통해 협조하는 것이 옳다”고 충고했다.

김주훈 기자 shadedo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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