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2022 칸] 영화 '헌트'의 정우성 "친구 잘 둔 덕에 축제의 주인공으로 현장 만끽중" 본문
23년 우정을 자랑하는 이정재가 감독이 된다고 했을 때 제작과 연출 모두 선배인 정우성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말렸다. 판권구입과 감독 교체, 각색과 캐스팅등을 누구보다 옆에서 봐왔던 그는 극중 안기부 엘리트 요원 역할을 제안 받고도 선뜻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이나 거절한 이유를 묻자 “캐스팅 거절보다는 우리만의 잔치가 되서는 안됐으니까 좀더 냉정하게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던게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헌트’는 뜨겁지만 차가워야 했던 영화다.
그는 “이 영화계의 어떤 사람보다 같이 하고픈 욕구가 컸고 흐른 시간만큼이나 더 조심해야 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지난 19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기 전까지 자신도 영화의 완성작을 보지 않았다는 정우성은 “도착 첫날 ‘압구정동 뒷골목을 누비던 성훈과 도철(’태양은 없다‘의 주인공)이 정말 출세했다. 그치?’라고 농담삼아 말했는데 감독님이 우시더라”며 유난히 섬세한 ‘감독 이정재’의 모습을 밝히기도.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고 있지만 깨질 지언정 후회없이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절친 이정재와 정우성이 만난다는 것 보다도 신념이 다른 두 남자가 만나 일어나는 온도에 집중했습니다. 비극의 시대에 신념을 찾아가는 외로움이 서로 닮아있는 캐릭터라 쉽지 않았죠.”
사실 ‘헌트’의 촬영은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순간이 대부분이었다. 스파이 장르의 날 선 감정을 유지하는것도 모자라 당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의 제작을 겸했던 정우성은 당일 저녁 KTX를 타고 다시 현장에 가야 할 정도로 꽉 찬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가장 말수가 적을 정도로 거리감이 상당했다고. “서로 즐기면서 찍는걸로 보이기가 싫었다. 차가움이 필요했던 순간”이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들려줬다.
앞서 정우성은 지난 2008년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통해 칸 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14년 만에 ‘영혼의 단짝’ 이정재와 함께 다시 칸을 찾은 그는 ‘감독 이정재’가 좋은 자극이 된다며 특유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었다.
“데뷔작을 칸에서 튼다는 것 자체가 부럽죠. 실제로 19일 미드나잇 상영을 한 ‘헌트’를 보고나니가슴이 뭉클할 정도로요. 친구가 오랜시간 고생한걸 아니까 눈가가 시큰해졌습니다. 바뀐 한국영화의 위상도 느껴요. 예전에는 남의 파티를 구경하는 손님의 느낌이라면 지금은 완벽히 축제의 주인공으로 존재함을 느낍니다.”
‘헌트‘는 1980년대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는 첩보 액션 영화다. 현지 시간으로 19일 자정부터 약 2시간 동안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국내에는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칸(프랑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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