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심달기가 오롯이 심달기로 보이는 영화 '말아' 본문

코로나19 시대를 배경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청년 백수의 모습이 사실감 넘치게 담겨있다. 대학은 적성에 안 맞아 중퇴했고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친구와는 이별한 상황. 위독한 할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시골에 가게 된 엄마는 보증금을 빌미로 주리에게 당분간 김밥집을 맡긴다. “장사는 안되지만 문 닫으면 손님 더 떨어진다”는 논리가 이해되진 않지만 직업도 없는 상황에서 1~2주 정도는 딸로서 도와야 할 것도 같기 때문이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평범한 모녀 사이를 연기하고픈 욕심이 컸어요. 작년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빨리 개봉되기만을 바랐죠.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 모습을 보니 즐겁기도 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내가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달까요.”
보통 엄마라면 취직하라고 닦달이라고 할 듯 한데 ‘말아’의 엄마는 다르다. 가게를 맡는 동안만이라도 “담배는 끊어라”는 게 유일한 잔소리다. 김밥 집의 비법인 참기름을 전해주기 위해 줌바 댄스장으로 딸을 부르고 그저 무심히 “할머니 드릴 반찬 만들다가 네 것도 챙겼다”며 김밥 꼬다리만 모은 도시락을 전해준다.
단무지 알러지가 있지만 하루에 한번씩 꼭 김밥을 먹으러 오는 취준생, 한달 용돈을 모아 가게에 오는 꼬마, 산악회 회장 아저씨까지 다양한 배역만큼이나 매력적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도 심달기에게는 큰 자양분이 됐다.

“총 촬영 회차가 10회를 넘지 않았어요. 일 주일간의 촬영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즐거웠죠. 아마 주리는 코로나19는 그저 핑계일뿐 원래 뭔가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생각보다 김밥 먹는 신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달까. 제 나이 또래를 연기하는 기쁨이 컸습니다.”
스스로 “배우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심달기는 유난히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중에게 노출되는 만큼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제가 직접 번 돈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제가 연기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지지해주는 팬들을 만나는 일상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꾸미고 나간 무대인사에서 엄청난 환호를 받은 일화를 전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이 일을 오래 하는 것만이 내가 해야 할 운명”임을 느꼈다고 했다.
데뷔 초에는 ‘한국의 아오이 유우’라고 불릴 정도로 소녀적이고 목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이지만 이제는 점차 캐릭터를 확장하고 있다. 첫 사극 데뷔작인 ‘외계+인 1부’의 신부 역할이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젊은 아기엄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의 여고생 등 그가 맡은 역할 중 평범한 건 없었다. 사실상 가장 보편적인 성인 역할의 신고식이나 다름없는 ‘말아’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영화는 골목 소상인의 비애를 부각하거나 청년세대의 극단적 분노를 다루기 보다는 그저 따듯한 시선으로 주리의 소소한 변화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코로나19의 창궐로 면접 조차 화상으로 보는 일상 속에 심달기가 보여주는 생활형 연기는 가히 감탄스럽다. 엄마 집에서 흡사 아빠 것으로 추청되는 오래된 정장을 꺼내 입으며 “장농 냄새 난다”는 애드리브는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모녀 사이의 전사를 가늠하게 만든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하나 뿐인 친오빠와 함께 연극계통에서 일하는 지방의 부모집에서 독립했다는 심달기는 “네 식구가 살았던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걸 느낀다. 그 대사는 즉흥적이었지만 내가 집에 가면 자주 하는 말”이라면서 “그 신에서 주리가 가진 결핍과 엄마와의 끈끈함이 잘 설명되길 바랐다”고 미소지었다.
“제 목표는 대중이 기다리는 배우예요.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만큼 연기를 몇년은 쉴 수도 있는 거라고 편히 마음먹고 있어요. 일찍 데뷔한 만큼 과분한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멘탈 관리를 열심히 합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두달 간 비정제 탄수화물을 끊으니까 건강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다시 한번 도전하며 차기작을 골라보려고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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