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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판매만 하고 정작 자신들은 안 썼나봐?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4.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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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공기살인’.(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을 다룬 영화 ‘공기 살인’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6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후 11년 만에 나온 피해 구제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서 영화 ‘공기살인’이 공개된 것. 영화는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와 더불어 긴 시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지난 2011년 4월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이 사건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인재로 불리고 있다. 8일 CGV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용선 감독은 “긴 시간 이어지고 있는 사건이라서 다 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피해자 분들께서 부족하게 보실까봐 걱정이 된다. 다시는 이런 영화가 안 나왔으면 한다”는 말로 그간의 힘겨웠던 상황을 에두르는 모습이었다.

영화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2011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에 감독은 “아마 그때로 돌아가 ‘가습기 살균제를 쓰면 사람이 죽는다’고 한다면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것”이라며 “실제 사건과 영화의 결말이 다른 이유도 제도권에 계신 분들, 기업을 포함한 정부관계자들에게 경고로 작용했으면 한다”며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1급기밀’ 등 실화 소재 영화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낸 배우 김상경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가족을 잃고 사건에 뛰어드는 의사 정태훈 역을 맡아 진실성 있는 열연을 펼친다. 그는 “실화를 다룬 영화에서 중점을 두는 건 피해자, 피해자 가족분들이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떻게 하면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안점을 뒀고, 사건을 파헤칠 때는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배우들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영화 속 장면들.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이선빈은 언니의 죽음으로 검사에서 변호사가 된 한영주 역할로 강단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이 같은 변신에 대해 “시나리오를 받을 때 감독님께서 방대한 자료 조사 파일을 주셨는데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읽었다. 그 걸 보고 큰 사명감이 생겼다. 이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으면 나에게도 영광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남다른 애정을 밝히기도.

또한 이선빈은 “정말 어려웠고, 배우로서 이 작품에 들어갔을 때 누구보다 전달을 잘 해야 했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역할이었다. 마지막 촬영 날 차에서 코피가 많이 나더라. 마음이 너무 무겁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어느 작품보다 조심스럽게 집중했다”며 영화의 주제를 강조했다.

윤경호는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오투의 서우식 과장으로 분해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른 이미지로 극의 한 축을 이끈다. 그는 “대본을 받기 전에 제작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의 말씀에서 소신과 신념이 느껴져서 대본을 읽기 전에 출연을 약속했다. 촬영을 하면서 사건 속에서 계셨던 분들도 많고, 가까이에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우의 욕심으로만 임하지 말고 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극중 죽음을 맞는 피해자로 나온 서영희는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본을 읽고 ‘내가 알고 있던 사건이 다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그래야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코로나 직전에 촬영을 마쳤다. 촬영 당시 이러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흉내만 냈던 것 같다. 지금 느꼈던 감정으로 연기를 했으면 조금 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은 이 사실을 알면서 묵인했다고 지탄받고 있는 검찰과 정부의 면죄부로 지금까지 기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피해자 발생 1위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가습기 피해 구제 최종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공기살인’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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