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이창용 한은 총재 ‘빅스텝’ 거론...7~8월 경제상황보고 결정 본문
40년만의 최악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여러차례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고강도 긴축에 나선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빅스텝’ 가능성을 거론했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급등하고 있는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져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도 ‘빅스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이 어떻게 변화할지, 성장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좀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빅스텝)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고 7~8월 경제상황,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우리나라는 아직 데이터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은은 이달 26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총재의 ‘빅스텝’ 가능성 발언에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금리는 한때 17bp 급등하며 연 3.08%까지 올랐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자면, 국제유가 상승이나 환율 뿐 아니라 최근 인도의 밀수출 금지조치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앞으로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향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0.5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이를 허용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이 8%로 높은 상황이므로 기준금리를 적어도 두 차례 이상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점은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우리 상황은 미국과 크게 다르며 인플레이션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미국과의 금리차만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하는 것 보다는 종합적인 성장이나 물가 등을 보고 금리격차가 생기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대처할 상항들은 그에 맞춰서 적용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한은, 기재부 등에 따르면 이날 이 총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추 부총리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기재부와 한은의 두 수장은 최근 우리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국 통화 긴축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고조되고 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진 위중한 국면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높은 물가상승세로 인해 민생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거시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추 부총리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우려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번 추경은 이전지출 중심으로 가서 물가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종합적인 물가 안정 대책을 고민하고 있고 그렇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와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정부 중심의 경제운용 등으로 저상장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사회전반의 양극화 심화, 국가·가계부채 확대 등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두 수장은 민간 주도의 경제활력 제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 등 과감한 정책전환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와 한은 양기관간 긴밀한 협의 하에 최적의 정책조합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정부·중앙은행간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정책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의 초석이 됨을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양 기관간 벽을 낮추고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 강구해나가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선 추 부총리와 이 총재가 공식 회의체뿐 아니라 격의 없이 만나는 기회를 수시로 마련하고, 거시정책협의회나 가계부채 협의회, 외환·금융대책반 회의 등 공식협의체를 보강해 양 기관의 경제상황 인식 및 연구역량 교류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분야별 간담회, 세미나 개최 등 실무진간의 소통채널 신설 및 다양화, 인사교류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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