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영화 '헌트'로 칸 초청 받은 이정재 "이 영화 아니었으면 감독 꿈 꾸지도 않았다" 본문
“잘못된 신념으로 대립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죠.”
감독 이정재는 자신의 첫 연출작 ‘헌트’를 정의해 달라는 말에 간결하지만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2010년 영화 ‘하녀’의 배우로 참석한 뒤 ‘이 영화제를 다시 한번 왔으면......’하고 꿈꿨던 일이 12년 만에 이뤄졌다는 그는 “그때 같이 온 분들이 ‘깐느 병 걸리면 큰일난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헌트’가 처음부터 칸영화제를 노렸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남산’이라는 이름으로 충무로의 알만한 제작자들이 모두 탐냈던 원작의 판권을 산 뒤에는 자연스럽게 ‘감독 이정재’가 될 운명으로 흘러갔다.
“많은 분들이 배경을 1980년대가 아닌 현재로 바꿔야 한다더군요. 일단 촬영 조건이 너무 힘들고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 한다는 것도 제작비 상승의 원인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분쟁을 유지하려는 자와 잘못된 사상으로 그릇된 선택을 두 남자의 이야기를 살리기위해 타협하기는 싫었습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감독들과 했던 배우로서의 경험이 ‘헌트’의 큰 자양분이 됐다. 연출자로서 스태프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좁은 폭의 깊은 고민’을 하길 바랬던 이정재는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감독님에게는 색감, 의상의 포인트, 미술의 배경색, 소품은 이렇게 갔으면 한다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의심하게 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거대한 암살 작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은뒤 전 회차 매진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제목인 ‘헌트’는 수백 개의 후보군에서 애초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가 연기한 평호란 인물이 자주 쓰는 ‘사냥’이라는 단어에서 착안,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사실 이 영화는 데뷔 초창기부터 함께한 절친 정우성이 평호와 대립되는 캐릭터인 정도에 캐스팅 됐다는 기사가 나가며 영화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작품이다. ‘작은 역할이라도 무조건 출연하겠다’는 연락이 쏟아지며 때아닌 경쟁이 붙었던 것.
믿고 보는 배우인 전혜진,김종수,허성태가 조연으로서의 몫을 다했다면 황정민,박성웅, 이성민, 조우진,주지훈등이 특별출연이란 이름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한다. 본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촬영중에 ‘헌트’의 단 5분 출연을 위해 먼길을 달려오는 탓에 “본의아니게 민폐가 되어 한꺼번에 등장하는 신으로 역할과 장면을 수정하기도 했다”며 행복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작사 대표와 함께 ‘그동안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할 정도로 어느 순간 영화인들 사이에서 ‘헌트’가 하나의 잔치가 되어 있더라고요. 너무 고맙기도 했지만 도리어 큰 자극점이 됐어요. 영화는 하나의 추억이 남겨지는 거니 한 신이라도 허투루 찍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감독 이정재의 모습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다. 이정재는 차기작 연출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동료이자 배우인 정우성에 대해서 만큼은 ‘할 말은 하겠다’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마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감독 데뷔를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헌트’는 그동안 고수해왔던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보여준 두 남자의 이야기예요. 정도와 평호의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정우성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찍어주고 싶은 배우’였어요. 감독으로서 만족합니다. 행동보다 생각이 더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니까요.”
칸(프랑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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