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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집' 박명훈, "불륜 저지르는 '줘패국장' 별명 듣자마자 너무 기뻤죠"

브릿지경제 viva100 2022. 7.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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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범 감독의 ‘산다’로 주목받은 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박명훈. 이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싸나이 순정’ ‘경관의 피’등에 출연했다(사진제공=넷플릭스)

뚜껑을 열어보니 주인공보다 더 ‘열일’했다. 악역도 이런 악역이 없다. 두편 모두 가가 OTT의 메인 작품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원작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시즌 5까지 방영된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를, 쿠팡플레이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다.

 

각 작품에서 박명훈과 김준한은 ‘남편’이라는 공통분모로 또다시 엮인다. ‘남의 편’의 줄임말이 ‘남편’이라고 정의한 국내 맘카페의 선견지명은 각국 공통어인가보다. 그들과 나눈 처연하지만 천연덕스러운 캐릭터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속 조폐국장 박명훈 “살고자하는 욕망에 충실한 역할...지질해도 괜찮아” 

  

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은 사실 파트2와 함께 촬영됐다. 좀 재미있어지려고 할 때 파트 1이 끝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아마도 더 많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워 구독을 연장하려는 넷플릭스의 큰 그림이겠지만 오리지널과 별개로 ‘종이의 집’이 가진 색다름은 이미 전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세상에 없는 돈 4조원 훔치려는 남북 합동 강도단과 이를 막아야 하는 남북 합동 대응팀의 이야기로 지난달 24일 파트1이 전편 공개됐다.  

 

사실 2주 연속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른 건 설정이나 배우들까지 지극히 한국적으로 완성한 또 다른 재미가 한몫 한다. 그 중 박명훈은 원작의 발암캐릭터 아르투로와 가장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내 불륜을 저지르면서 동시에 은행에 침입한 강도들 보다 더한 ‘밉상’으로 각인된 아르투로가 박명훈이 가진 특유의 큰 눈알과 인간 본성에 천연덕스럽게 다가가는 모습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20대 저의 사진을 보면 다 깜짝 놀랄 정도로 제 눈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웃음) 렌즈를 끼기 시작하고 영화 ‘기생충’에 출연하면서 유독 눈 크기에 맞춰진 것 같아요. 원작의 이기적인 뼈대는 유지하되 저만의 조폐국장을 연기하기 위해 인물 서사를 따로 작성했습니다. 형의 그늘에 가려 자라서 주목받기 좋아하는 차남 혹은 대우만 받고 자라 눈치 없는 장남 같은 상상을 하며 만들어갔죠. 사실 잡혀있는 상황에서 혼자 살려는 게 차라리 인간적인 거 아닌가요?” 

  

박명훈이 연기한 조영민은 가상의 통일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조폐국 경리직원 윤미선(이주빈)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임신했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미선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신체적 비밀을 밝히면서 “어디서 꽃뱀 행세냐?”고 쏴붙인다. 조금전까지 사무실에서 몸을 더듬던 변태남의 욕망을 숨긴 채 본색을 드러내는 것. 이후 온갖 술수와 주접으로 약한 자에게는 강하게, 강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줘패국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종이의 집’은 천재적인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실제 아내도 주변에서 ‘국민 지질남’이라고 한다는 반응을 전해주더라고요. ‘아등바등 추하다’는 말과 함께. 그 말이 왜 그렇게 기쁘던지. 대중들은 영민이가 한없이 쓰레기로 보이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  진심이었을 거예요. 나름 사회경력이 좀 되는 위치니 카리스마도 남달랐을 테니 반한 거 아니겠어요. 결국 덴버(김지훈)와 갈 길을 가겠지만 일단 영민과 미선이 불륜일지언정 정말 사랑했다는 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통일은 됐지만 북한에 가족들이 있는 미선과 남한에 처자식이 있는 영민의 사랑은 사실 ‘종이의 집’에서 큰 분량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불륜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그 사건이 또다른 사랑을 잉태하고 비극으로 이어진다. 박명훈은 배우 박해수와의 브로맨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강도단에게 합류한다면 도쿄(전종서)와 베를린(박해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망설임 없이 베를린이라고 말했다. 

 

만약 조폐국장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면 북한 사투리를 쓰는 베를린을 하고 싶다는 박명훈은 “몇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찍으며 북한말을 익혔는데 그때의 경험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 눙쳤지만 과거 연극무대에서 인연을 다진 후배이자 이제는 ‘종이의 집’에서 만난 박해수와의 남다른 동료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서며 뜨거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원작과의 비교와 함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명훈 만큼은 ‘줘패국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사진제공=넷플릭스)

“박해수와 연기할 때는 예전처럼 무대에서 연기하는 느낌이 나오더군요. 무엇보다 그가 원작 베를린과는 다르게 독보적으로 잘해줘서 기분 좋았어요. 예전에 공연했던 생각이 나서 촬영장에서 그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예리하신 관객들이라면 박해수와의 브로맨스를 좀 느꼈을지도….”

  

봉준호 감독의 ’숨겨진 1인치 속 배우’로 ‘기생충’의 신스틸러로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그는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얼어붙었던 지난 2년간도 쉬지 않고 작품을 찍었다.

 

“찍어 놓은 영화가 많은데 장르나 캐릭터도 꽤 다양해요. 연극배우로 생활할 때 제 목표는 딱 한 가지 ‘행복한 배우’였어요. 제가 행복하게 그 역할을 연기하고 보는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끼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어려운 순간을 함께 해준 가족들이 제 연기의 원동력이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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