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엄근진' 대신 '꾸르잼'…MZ세대와 소통 나선 재계 총수·CEO들 본문
재계 총수와 CEO(최고경영자)들이 ‘엄근진’(엄격·근엄·진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이미지를 깨고 ‘꾸르잼’(매우 재미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꿀잼을 늘인 말)으로 무장하고 있다. 개성과 재미, 색다름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 일환으로 회장님, 대표님 등 기존 호칭 대신 영어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불러 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권위적인 느낌은 지우고 편안하고 친근하게 MZ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IT업계에서 시작된 ‘호칭 파괴’ 바람이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 유통·제조업계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유통·제조업계 총수와 CEO들이 직접 나서 임직원들에게 영어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불러달라고 호소하는 중이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일 열린 타운홀 미팅 ‘DX 커넥트(CONNECT)’에서 “저를 그냥 ‘JH’로 불러달라”고 했다. 부회장과 부문장, 대표이사 등 직함으로 부르면 벽이 하나 쌓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한 부회장은 “향후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캠페인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11일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직원들과 격이 없는 소통을 하겠다”며 “앞으로 ‘토니’로 불러달라”고 했다. 격식을 차리기보단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는 최 회장의 영문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아이디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에도 들어가 있다.
이런 분위기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 대기업에서도 감지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작년 2월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용진이형’으로 불러도 좋다”고 했다. 롯데그룹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김상현 부회장도 지난 2월 취임 직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샘 킴이나 김상현님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호칭 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임직원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자신의 호칭부터 내려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해 초 전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면서 “앞으로 편하게 ‘권영수님’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와 CEO들이 호칭을 바꾸는 것은 권위를 내려놓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며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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